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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낡아가고 팔리지는 않고…타운하우스의 눈물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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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고급주택의 대명사인 타운하우스가 눈물 짓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어 수십억원의 몸값이 반토막 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타운하우스가 어쩌다 애물단지가 됐을까.

획일화된 디자인의 아파트, 답답한 구조의 주상복합, 관리하기 어려운 단독주택의 단점을 보완한 ‘꿈의 주택’으로 불리던 타운하우스. 고급 타운하우스가 본격적으로 쏟아진 것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이다.

경기도 고양‧파주시, 용인‧화성시 등을 중심으로 공급이 본격화하며 화려한 인테리어로 주택 수요자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는 타운하우스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 타운하우스는 대개 198~330㎡의 대형이었고 분양가는 15억~25억원선이었다.

인기 드라마엔 부유한 주인공이 사는 집으로 어김 없이 타운하우스가 등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 아펠바움은 MBC에서 방영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년 3월)와 KBS ‘부자의 탄생’(2011년 11월)에 등장했다.

SBS ‘스타일’(2009년 8월)의 여주인공의 집은 동백 라폴리움이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한 이들 타운하우스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한번쯤 ‘나도 한번 살아봤으면…’이라는 생각을 품게 했다.

타운하우스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부동산 경기가 착 가라앉으면서 고급 주택 수요가 확 줄어들면서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서 타운하우스를 분양하고 있는 분양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분양을 시작했던 2007년만 해도 자금이 다소 부족한 중산층의 관심도 많았다. 그만큼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은 집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자금 여유가 넉넉한 중상류층도 지갑을 닫았다. 아파트값이 낙엽처럼 떨어지자 그렇지 않아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던 타운하우스 선호도가 낮아졌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중대형 대신 중소형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대형 중심의 주택 크기와 비싼 분양가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한 타운하우스의 몸값은 깎이기 시작한다. 최근엔 최초 분양가의 절반까지 가격이 내렸다. 대표적인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반송동 일대다.

경기 침체 타격 직격탄…큰 덩치•비싼 가격 부담

이곳은 고급 타운하우스 6개 단지 279가구가 모여 있다. 하지만 입주 3년이 지나도록 빈집이 많다. 동탄 인앤인 229~303㎡형은 분양가가 20억~25억이었지만 준공한 지 3년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이 많아 최근 절반값인 11억3400만~16억41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대우건설이 지은 동탄 푸르지오하임도 15억원에 달하는 분양가가 9억~10억으로 내렸다.

고급 타운하우스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SK건설이 용인시 중동에 조성한 동백아펠바움2차는 최고 분양가보다 30% 싸게 살 수 있다. 203㎡형이 9억8000만원선이다. 동백동 금호어울림 분양가는 35% 내렸다.

화성시 반송동의 한 타운하우스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가의 40% 이상 할인하면 사실상 원가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어떻게든 분양하는 것이 시급하다. 계속 빈집으로 두면 이에 대한 금융비용이 누적돼 자칫 부도로 이어질 수 있어 파격적인 분양가 할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의 50%까지 할인해도 여전히 몸값이 1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덩치가 커 관리비 등의 부담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2000년대 중반 한꺼번에 몰린 물량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 '꿈의 주택'으로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고급 타운하우스가 애물단지가 됐다. 대형 중심의 주택형과 비싼 분양가 때문이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급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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