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리그가 개막하는 날 NHK 아침 뉴스에 나온 전문 해설가들의 올시즌 예상을 보았다. 거기 나온 해설가들(두 명 이었다)은 하나 같이 히로시마를 지난해보다 한 단계 향상된 4위로 꼽으며 올시즌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히로시마의 타선을 강하게 평가하며 야쿠르트(5위로 평가받았다)보다도 히로시마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과연 히로시마가 올시즌 복병이 될만한 팀일까?
1. 투수진
'사사오카밖에 없다.' 올시즌 히로시마 마운드는 이 한마디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히로시마 투수진의 면면을 놓고 볼 때, 선발,불펜,마무리 가릴 것 없이 '부실투성이'다. 특히 불펜과 마무리가 약하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를 하는데 있어서 치명적인 부담이다. 몇몇 유망주들이 불펜에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받곤 있지만 이 역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선발진 역시 사사오카 외엔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그나마 올핸 작년 12승을 올려준 민치마저 롯데로 옮겨가 더욱더 선발진이 엷어졌다. 여기다 개막이후 믿었던 사사오카마저 2패에 투구내용까지 저조해 근심을 더해주고 있다. 이 결과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히로시마는 최하위(2승 5패)로 처지고 있다.
센트럴 6개구단중 가장 약한 투수력. 올시즌내내 히로시마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2. 타선
히로시마의 약진을 주목하는(적어도 작년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타력을 들었다. 실제 히로시마 타선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는게 사실이다.
작년 3할-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가네모토와 규정타석 미달로는 역대 최다 타점(89타점)을 올렸던 용병 로페스가 타선의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히가시데,기무라 같은 기동력을 갖춘 선수들역시 작년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다 올핸 90년 중반까지 히로시마를 센트럴의 강호로 이끌었던 노무라,오가타,마에다 3인방이 가세함으로써 타선의 기동력과 무게를 더욱 실어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히로시마 타선의 미래가 그렇게 장미빛이기만 할지엔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일단 가네모토가 이젠 분명 히로시마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과연 올해도 작년만큼의 더할나위 없는 성적을 재현해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거기다 히가시데나 기무라같은 선수들은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아직도 타석에서 위압감을 주는덴 무리가 있다. 또 부상선수들의 복귀역시 정신적인 면에서는 사기를 올려주는 효과를 줄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볼 때, 이들이 얼마나 전성기 때의 실력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2년연속으로 100실책을 넘게 기록한 야수들의 취약한 수비력도 히로시마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허약한 투수진을 타선의 힘으로 만회하려는 올시즌 히로시마의 의도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여겨진다. 장기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에선 사이클에 영향을 받는 타격보단 꾸준한 투수력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3. 시험대
작년시즌 또다시 5위에 그친후 히로시마는 변화를 도모했다. 그 결과 많은 노장 선수들을 방출하고 다쓰가와 감독을 경질하며 체질 개선을 꾀했다. 그리고 올해 70년대말에서 80년대초까지 히로시마의 전성기를 리드했던 야마모토 고지를 감독으로 영입, 중흥을 노리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야마모토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결코 그를 둘러싼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투수력은 리그 최약이고 타선역시 마냥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히로시마엔 유망주들이 많고, 부상선수들의 복귀로 선수층이 두터워진 건 사실이나 이것이 실제 성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선 '확실한' 선수들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부족한게 현재 히로시가 처한 현실이다.
솔직히 올해 히로시마는 스스로도 자신을 우승전력이라곤 보지 않는것 같다. 올시즌을 꾸려나갈 멤버(특히 투수쪽)를 볼 때도 바로 지금보단 미래를 내다보며 유망주들을 키우고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이런 히로시마에게 올시즌은 미래를 위한 '고난의 행군'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예상 라인업 ⊙
- 투수진: 사사오카,구로다,야마우치,가와우치,다카하시,가와노,영,슐스트롬 등
- 포수: 니시야마,세토 등
- 내야수: 로페스,디아스,노무라,히가시데 등
- 외야수: 가네모토,오가타,마에다,기무라,아사이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