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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의무라는데 학생 몰리는 전문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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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웅지세무대의 자율학습실은 방학인데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전익진 기자]

지난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에 근무 중인 서민경(30·여)씨는 대학을 두 번 다녔다. 첫 번째는 이화여대 심리학과로 2007년 졸업해 병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전문 자격증을 따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다양한 정보를 모은 끝에 2008년 웅지세무대학에 입학했다. 서씨는 “두 번째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회계사 합격의 디딤돌이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9시30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자리한 웅지세무대학(이사장 송상엽).

 방학 중인데도 본관동 4층 자율학습실엔 300여 명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후 7시 개방된 학습실은 오후 10시30분이면 불이 꺼진다. 기숙사로 옮긴 학생들은 오후 11시30분에 점호를 받고는 자정에 일제히 잠자리에 들었다. 2004년 실무형 세무·회계 분야 전문가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개교한 웅지세무대학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세무·회계 특성화 전문대학이다. 설립자인 송상엽 이사장 자신이 회계사다. 재학생 수 1701명에 5개 학과가 전부인 미니 대학이지만 개교 이래 8년 동안 공인회계사 41명, 세무사 90명에 세무공무원 276명을 배출했다.

 대입 기숙학원을 연상케 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이 비결이다. 이 대학은 중간·기말고사 대신 주말마다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은 매일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교내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성적이 부진하거나 학습태도에 문제 있는 학생들은 퇴학시킨다. 매년 3~5%의 학생이 학교를 떠난다. 또 파주 거주자(7%)를 제외한 모든 학생은 기숙사 생활이 원칙이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좋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서울대·연세대 등 다른 대학을 졸업한 뒤 이 학교에 다시 입학한 학생 수가 8년간 731명에 이른다. 개교 이래 총입학생 6345명의 11.5%에 해당한다.

 세무공무원과 회계사에 종사하는 부모 권유로 입학한 사례도 많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 중인 3학년 한현석(28·회계정보학)씨는 “다른 대학을 다니던 중 아버지가 ‘실전적인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웅지세무대로 진학하라’고 권유해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학이 아닌 취업학원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연간 10여 명이 적응하지 못해 자퇴한다. 송 이사장은 “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웅지세대무대는 올해부터 5개 전 학과를 3년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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