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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많은 아파트가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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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방 3개짜리 전용 84㎡형(左). 방 4개로 늘린 전용 84㎡형(右).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3차 79㎡형(이하 공급면적)에 사는 박모(36)씨는 요즘 새 집을 알아보고 있다. 2명의 아이가 자라면서 지금의 방 2개짜리 아파트가 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을 넓혀 109㎡형으로 이사하려는 박씨는 방 4개짜리 집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공덕동의 기존 아파트 중 방이 4개 이상 있는 아파트는 132㎡ 이상뿐이다. 박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동생과 한 방을 쓰지 않으려 하고 아내는 옷방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다양한 공간 활용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집 크기는 작아도 방 개수가 많은 평면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예컨대 가족 구성원이 3명이라도 부부를 위한 침실, 아내를 위한 옷방, 남편을 위한 서재, 아이를 위한 놀이방 등 방이 4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원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가족 간에도 나만의 개인공간이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원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업체들은 거실과 주방을 줄이는 대신 방 개수를 늘리고 있다. 평균 가족구성원이 3명 이하로 줄어들고 본격적인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132㎡ 이상 중대형도 방 개수가 2~3개로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반대다. 중소형인데도 방이 4개인 평면이 등장하고 있다. 방 개수가 많은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몰린다. 삼성물산이 3월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84㎡형은 6개 타입이었다. 방이 3개인 5개 타입은 순위 내에서 미달됐지만 방이 4개인 C타입은 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에서 마감했다.

 대우건설이 지난 6월 인천 송도지구에서 내놓은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96㎡ B타입(방 4개)은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방이 3개인 중소형인 84㎡형(2.8대1)보다 인기를 끌며 최고 경쟁률을 보였던 것. 대우건설 문정혁 부장은 “옷방이나 서재, 아이 놀이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식구 수보다 많은 방을 원하는 수요가 많이 청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침실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인 ‘알파룸’을 조성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동아건설산업이 지난달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에 분양한 지행역 더프라임 84㎡형은 알파룸(5㎡)까지 방이 4개다. 같은 달 한라건설이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에 공급한 원주 한라비발디2차도 유아방이나 공부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알파룸이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장안동에 분양한 SK 스카이 뷰에 이어 올 하반기 화성시 반월동에 내놓을 반월 SK뷰에 최대 14㎡ 크기의 알파룸(84㎡형 기준)을 만들어 최대 5개의 방을 만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주택 수요자의 개성이 뚜렷한 데다 전셋값 급등과 육아 등으로 부모와 함께 살 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한동안 방 많은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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