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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옆 동물원'外 TV 토요영화

중앙일보

입력

사랑은 풍덩! 빠지는 게 아니라…

미술관 옆 동물원-(KBS2 오후 2시30분)

최근 은퇴설과 함께 잠적한 심은하의 팬들에겐 위안이 될 법한 영화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출세작 '마지막 승부' 의 다슬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의 다림이 등에서 보여줬던 여린 풀잎같은 이미지를 벗고 털털하고 중성적인 면모를 선보여 1998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정향 감독은 매사에 아웅다웅하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두 남녀의 심리를 차분하게 잘 그렸다.

결혼식장의 비디오 촬영기사인 춘희 (심은하) 는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국회의원 보좌관 인공 (안성기) 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방에 예전에 세들어 살던 애인을 찾으러 철수 (이성재)가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두 남녀는 기묘한 동거 생활에 들어간다.

변심한 애인에게 연연해하는 철수를 보며 춘희는 가슴 아파하고, 우연히 일기장을 엿보고 춘희가 인공을 짝사랑하는 사실을 발견한 철수는 그녀의 답답한 사랑 방식을 못마땅해 한다.

"사랑은 풍덩 하고 빠지는 것인줄 알았지 이렇게 스펀지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오는 건줄 몰랐다" 는 춘희의 대사는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디테일의 영화' 라는 평답게 자잘한 묘사가 이끌어내는 리얼리티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생수통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시는 철수에게 "좀전에 내가 입대고 마셨는데" 라고 춘희가 말하자 갑자기 켁켁 기침하는 장면, 철수가 찌개를 끓이자 춘희가 인디언처럼 '워워워워!' 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 등은 특별히 극적인 부분이 없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안개 속의 풍경- (밤 10시)

아빠 찾아 삼만리

제 51회 칸 영화제에서 '영원과 하루' 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감독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 정처없이 길을 떠나는 두 남매의 여정을 시적이며 몽환적인 영상으로 잡아낸 수작이다.

아빠가 독일에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기차에 오른 두 남매는 곧 경찰서로 붙들려간다. 삼촌을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둘러대고 풀려났지만 삼촌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암울하고 스산한 그리스의 풍경이 남매의 험난한 여행길과 교차되면서 이들이 점
차 어른의 세계로 편입됨을 암시한다. 1998년작.

브룩 실즈의 사하라- (MBC 밤 11시10분)

사하라 랠리에서 우승하라

'~의 ○○' 라는 제목이 붙은 영화는 대개 스타 이름을 내세워 흥행을 노리는 범작이기 마련이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1980년대 우리 나라에서 소피 마르소.피비 케이츠 등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브룩 실즈의 애띤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꿈의 차 '고든 패커드' 를 개발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자동차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데일 (브룩 실즈) 은 사하라 사막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랠리에 남장을 하고 참가한다. 아랍족의 족장 자파 (램버트 윌슨)에게 납치당한 그녀는 자파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앤드류 맥래글렌 감독. 1983년작. 원제 Sa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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