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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의 딸은 아빠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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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호 06면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사실상 대선 출사표인 안철수의 생각을 지난 19일 펴냈다. 제정임(48·사진) 세명대 교수가 묻고 안 교수가 답하는 대담집 형식의 책이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14년간 일했던 제 교수는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매번 2~3시간씩 안 교수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안 교수가 제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 제 교수는 “지난 4월 학교 신문사에서 벼랑에 선 사람들이란 책을 냈는데 안 교수가 이를 보고 먼저 연락해와 함께 식사하게 됐다”며 “2주일 뒤 ‘책을 쓸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후 대담과 출간은 군사작전 같은 보안과 속도전이었다. 출판사(김영사)로 원고가 넘어간 게 16일 오후 10시쯤이다. 출간까지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 교수를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 제정임 세명대 교수

-안 교수를 인터뷰한 결론이 뭔가.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보나.
“안 교수는 ‘책을 내는 건 내 생각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단계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지면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책의 반응을 포함해 앞으로 자기에 대한 지지가 내용 있는 지지라고 판단되면 출마할 것으로 본다.”

-내용 있는 지지란 게 무슨 뜻인가.
“안 교수가 직접 대답할 부분이다. 내가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 여론 반영이나 지지율 등이 아니겠나. 여론에서 비판적 반응이 오면 출마를 철회할 수도 있을 거라고 느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아무래도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책의 반응을 본다는데 반응이 어떤가.
“이틀 만에 초판 4만 권이 매진됐다고 들었다. 내 생각보다는 잘 팔려 나간다. 주요 내용이 정책 얘기다. 사실 일반인은 재미 없어 할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주제 자체가 딱딱해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다소 의외다. 안 교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은 것 같다.”

-얼마나 팔릴 것 같나.
“출판사는 100만 권 이상이라고 하더라. 나는 수십만 권 정도는 팔릴 것 같다.”

-책에서 가장 힘을 준 주제는 뭐였나.
“책 제목이 ‘안철수의 생각’이다. 내가 과거 기자 생활을 했는데, 정치부 기자 출신이었다면 당을 만들 것인지 다양한 정치 관련 질문을 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어려운 일자리 형편과 보육 등 민생 문제, 경제 민주화와 재벌 문제를 묻고 싶었다. 안 교수가 말하는 복지·정의·평화의 구체적인 콘텐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이 안철수가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강정마을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인터뷰를 해보니 복지·정의·평화를 얘기할 때 안 교수가 가장 열정적으로 힘을 준다는 느낌이 왔다.”

-신문·방송과는 인터뷰를 외면하고 굳이 책을 펴내는 이유가 뭔가.
“이분의 단점이라면 기자와의 스킨십이 부족한 거다. 그 이야기는 국민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뜻도 된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곧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더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되, 조금 정돈된 생각을 먼저 보여준 뒤 질문을 받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론 기자간담회도 하겠다고 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지금까지 사정상 어쩔 수 없었고 (국민과) 소통하려고 나온 첫 작품이 이 책인 것 같다. 곧 기자간담회나 방송 출연, 관훈클럽 토론 등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들었다.”

-어디서 인터뷰했나.
“여러 군데서 했는데 일일이 밝히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안 교수가 어딜 자주 가는지 노출되니까…. 연구실, 식당, 카페 등 여러 곳이었다.”

-서울시장 선거 땐 가족들이 출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가족 얘기는 했나.
“부인과 딸이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강력하게 반대하는 건 아닌데, 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은 ‘그런데 아빠가 선택한다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더라.”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4·11 총선 직후다. 인터뷰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하거나 프레임이 있었나.
“인터뷰해 달라고 했을 때 ‘내가 기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대신 질문할 테니 충실히 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안 교수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대신 질문해 달라’며 내게 맡겼다. 대체로 7월 중에 가급적 빨리 책을 내자는 게 합의 사항이었다. 7월 중순에 원고를 넘기면 25일께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진행이 빨랐다.”

-가장 궁금한 건 대선에 나오냐, 안 나오냐의 문제다. 왜 결심하지 않는지 질문했나.
“처음 만날 때도 그렇고 중간중간 물었다. 여러 차례 설명을 들으니 나중엔 이해가 됐다. 안 교수가 결심을 빨리 내릴 수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를 지지한다고 하는데 본인이 대통령이 될 만한 입장에서 밝혀야 할 구체적 생각을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견해를 소상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지지율을 의심했다. 그런 지지율을 믿고 대선에 나가는 건 착각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둘째는 대통령의 자리가 엄청난 영향력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데 자신이 시장이나 국회의원 한 번 안 해봤다는 점을 생각하더라. 대통령 자리를 감당할 능력과 자질이 되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고민은 당연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 전에 자기 생각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사람들의 의견, 비판, 조언을 들어 자신에 대한 지지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게 자기를 설명하는 책을 쓰는 취지란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지난해 10월 하순이다. 그걸 파악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안 교수는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내게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난 뒤 잠재 대선 후보에 올라 (스스로) 놀라고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4·11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야권 대선 주자가 부각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다시 관심이 자기에게 향해 더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더라.”

-우유부단한 것 아닌가.
“결단의 순간엔 과감한 결과를 해왔다고 말하더라. 먼저 책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우유부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보선 때도 자기가 50% 지지율이었는데 5% 후보에게 20분간 얘기해 보고 양보했다면서 결단력을 말했다. 밖에서 보기에 답답한 측면이 있지만 자기 나름대론 고민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차분하게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책 서문에서 ‘안 교수의 권력 의지가 약해 보인다’고 썼는데. 그 이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겠다는 태도가 내가 말한 권력의지다. 그런 건 없는 것 같더라. 과정과 수단의 정당성을 상당히 따지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따질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민생 불안이나, 대기업 문제 등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
는 선명했다.”

-안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말에 일관성이 있고 복선을 까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안 교수가 출마하면 그를 도울 생각인가.
 “아니다. 나는 정치 쪽에서 잘할 사람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는 내가 기자들을 대신해서 물어본 거다.”

-책의 결론은 뭔가. 안 교수가 정치를 한다면 어떤 사람과 정치를 할 것으로 보나.
“도달하려는 목표 지점이 새누리당과는 차이가 크다. 민주당과는 비슷한 것 같다. 다만 목표에 가려는 전략은 안 교수와 민주당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개혁 방향은 뚜렷한데 해결하는 방식이 점진적이고 온건하다. 예컨대 복지와 재벌 개혁에 대해선 입장이 분명하지만 당사자를 설득하면서 소통과 합의를 통해 같이 가겠다는 거다.”

-대답을 꺼린 주제가 있었나.
“안 교수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답하지 않더라도 양해하라’고 했다. 구체적 인물평과 관련해선 다른 자리에서 질문을 받으면 얘기하겠지만 책에서 거론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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