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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중 귀국 콘서트연 이상은

중앙일보

입력

"음악과 미술은 제게 하나예요. 그림을 보거나그릴 때 노래가 잘 만들어지거든요" 영국에서 미술 유학중 귀국한 가수 이상은(31)은 "음악적 내공을 쌓기 위해 작년부터 다시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첼시 칼리지를 거쳐 현재 패션학교로 유명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 92년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나 3년여동안 미술을 공부한 적이있다.

그는 "피카소는 '그림을 잘 그리려면 눈을 감고 카나리아처럼 노래나 실컷 불러라'라고 말했다"면서 "그림 공부는 음악에 더욱 깊이있게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리채(Lee Tzsche)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는 최근 10집 앨범 '엔드리스 레이(Endless Lay)'를 국내에서 발매했다. 이 앨범은 '가요음반'이 아니라 '팝음반'으로 분류된다. 도시바 EMI가 국내 시장에 직접 배급할 뿐만 아니라 전체 수록곡 11곡 가운데 영어곡이 8곡이나 된다. 한국어곡은 '오늘 하루' '삶' '어린 날'3곡뿐이다.

9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노래를 했던 그는 재일교포 저널리스트 강신자씨를 만난 뒤 일본 음악계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강씨 등과 더불어 '크로스 비트아시아'라는 문화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서양문화에 경도된 일본 대중문화계에아시아권의 영화와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 이를 계기로 도쿄(東京)에서 하지무다케다, 기요미 혼다 등 실력있는 음반 프로듀서 겸 연주자들을 만나 프로젝트 그룹 '펭귄스'를 결성해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 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90년대초까지 아이돌 스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는 "나 자신이 소외돼 있는 상태는 음악이 아니다"며 음반기획사가 만들어 준 '기획상품'같은 노래에서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그는 "대중스타의 자리는 나를 잃게 했으며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듯한 상태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뉴욕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나를 다시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각에 따라 그는 3집 수록곡 '더딘 하루'로 흔한 사랑타령에서 벗어난뒤 5집 수록곡 '언젠가는'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 자기 자리를 찾았다. 이어 6집 '공무도하가', 7집 '외롭고 웃긴 가게', 8집 'Lee Tzsche', 9집 'Asian Prescription'을 잇따라 발표하며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독자적 음악세계를 펼쳐왔다. 그룹 '펭귄스'가 연주를 맡은 새 앨범에서 그는 삶에 대한 관조를 담은 노래를 느리고 편안한 동양적 멜로디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음악적 변신에 대해 가요평론가 박애경씨는 "이미지가 충만한 이상은의 노래는 도입 테마와 반복구를 통해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어지는 가요의 고정 패턴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빈약한 언어와 넘치는 감정'으로 굳어진 가사쓰기의 관습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상은 자신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발견한 뒤 가사를 쓸 때 미사려구와 유행어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면서 "특히 해외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동안 동서양 사상이 하나로 녹아 있는 카를 융과 헤르만 헤세의 책들에서 시적 감성과 마음의 평온을 함께 찾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산울림과 들국화,한영애와 장필순의 뒤를 잇는 싱어송라이터로 남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5∼8일 서울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무대를 여는 그는 "볼거리가 있는 공연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충실한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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