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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 지긋한 마이너스 통장 ‘뽀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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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마이너스 통장이 늘 부담이다.

김씨는 급한 돈이 필요할 때 쓸 목적으로 대출한도 1000만원짜리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지만 급한 돈 보다 꺼내쓰기 쉬운 탓에 야금야금 빼 써 이제는 한도까지 차게 됐다.

지금은 저축은 커녕 월급으로 마이너스 통장 막는데 급급하다. 이자율이 7%나 돼 적금붓는 것보다 대출이자 막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 쪼달리는 생활을 한다.

김씨처럼 은행 잔고가 없어도 약정한 한도까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부담없이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이 가계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카드빚을 돌려막는 경우가 많아 빚내서 빚갚는 악순환에 걸리는 것이다. 이렇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면 신용카드처럼 소비에 둔감해져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마이너스통장은 은행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해 특정 금액까지 돈을 자유롭게 빌려주는 상품이다. 고객은 돈이 생기면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다. 일종의 대출 상품인데 돈을 빌려쓰고 다시 갚는 것이 마치 돈을 넣어두고 빼쓰는 통장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저축통장같은 착시현상 속에 내 돈처럼 쓰기 쉽다. 현금서비스나 신용대출은 이자가 나가는게 눈에 보여 심리적 압박을 줘 쉽게 지출하지 못한다.

또 이자가 무서워 빨리 갚으려고 한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통장을 매번 체크해보지 않는 한 도대체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한 번 꺼내 쓸 때마다 사용 기간이 제각각이고 이자도 복리로 불어나니 정확히 계산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이자불감증’에 빠져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보통 연소득의 80~90% 정도까지 대출해주고 금리는 일반적으로 연 7~13%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려면 재직증명서·연봉계약서·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이 필요하다.

대출자격은 1년 이상 해당 회사에서 근무해야 하고 4대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또 신용등급은 5등급 이상이어야 하고 연체 기록이 있다면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렵게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이자가 비싸다.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는다. 보통 시중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와 마이너스 대출 금리간 격차는 기본 0.5%에서 최대 4%까지 벌어진다. 마이너스 통장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비싼 이자를 무는 이유가 있다.

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미사용 한도)로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것이다. 신용대출을 해주면 이자수입이 꼬박꼬박 들어오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돈을 쓰지 않을 경우에는 이자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선 이자도 못받고 대출한도만큼 돈을 쌓아두어야 하므로 비용발생에 의한 손해가 될 수 있어 가산금리를 붙이는 것이다. 이를 잘 모르고 일부 사람들은 CMA통장에 여윳 돈이 있으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에 육박 한 경우도 있다.

 그러면 마이너스 통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의 수혜를 받다보면 쉽게 끊을 수 없다. 마이너스 통장 탈출 방법은 없을까. 우선 대출한도를 꽉 채울 때 까지 돈을 꺼내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대출 한도까지 채운 상태에서 이자를 내지 못한채 한 달이 지나면 20%에 가까운 연체이자를 내야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한도까지 뽑아쓰지 않고 약 10만~20만원 정도 남겨둬야 한다.

이자 납입일에 입금을 하지 못했을 경우 연체가 되며, 첫 한달까지는 이자 부분에 대해서만 연체이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연체 1개월이 넘으면 원리금 전체에 대해 이자가 발생하게 된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7~13%대 금리로 설정되지만 연체이자는 2배 수준(최대 18%)에 까지 물수도 있다.

예를들어 마이너스 대출로 1000만원을 7%로 사용하다 연체했다면 신용도에 따라 15~16%(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금리 상한인 18%)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존 이자율의 두배에 가까운 가산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은행마다 이자결산일도 다르다. 날짜보다 몇째주 무슨요일 등으로 정해져 있어 본인통장의 결제일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와함께 연체기록은 3년까지 남게 되고 은행공동 전산망에 연체자로 등재되고 결국 개인신용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향후 금융거래시에 고금리를 부담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 마이너스 통장에 만기자체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다. 본인이 자동 만기 연장이 되는 대상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만기연장을 제대로 몰라 연기하지 않으면 연체이자와 함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마이너스 대출을 다 갚으면 과감히 계좌 자체를 없애야 한다. 급한 경우 돈 빌리기 쉽다는 생각으로 살려두면 다시 빚더미 속으로 들어 가기 쉽다.

좋은 방법은 마이너스 통장을 없애고 비상금 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이 없는 사람은 월급 두세달치를 모아 ‘이자없는 나만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채워넣고 빼쓰는 방법이다.

 기존에 마이너스 통장을 가진 사람은 우선 한도부터 줄이는 것이 좋다. 한도의 여유가 있으면 아무래도 빼쓰기 쉽다. 또 월급통장과 마이너스 통장을 따로 만드는 것이 좋다. 월급통장과 마이너스 통장을 함께 쓰면 절약결심이 무너지기 쉽다. 월급을 마이너스 통장 빚을 갚고 다시 마이너스 통장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는 악순환이 반복 되면서 저축으로 쌓아나가는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통장은 이자가 조금 더 붙는 CMA 통장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이와함께 마이너스통장을 갚는 것과 별개로 저축계획도 세워야 한다. 빚이 있어도 저축을 해야 한다. 급하게 돈부터 갚겠다는 생각보다 길게 보고 상환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박찬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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