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오극렬이 챙기던 외화벌이 업체 '청송' 김영철이 대들어 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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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는 자체적인 외화벌이를 위해 무역회사를 운영하거나 해외 지사를 가동해 왔다. 달러 돈줄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뚫고 은밀하게 무기 판매를 하려면 군 조직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은밀한 무기 거래만 하는 건 아니고, 정상적인 무역 거래도 많다. 송이나 조개 같은 농수산품뿐 아니라 모래 같은 골재를 남한 기업에 팔아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문제는 막대한 외화가 군부의 관리하에 놓이다 보니 이를 둘러싼 이권다툼은 물론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다는 점이다. 위조 달러나 마약·가짜 담배 같은 정권 차원의 범죄가 저질러지는 것도 노동당과 군부의 최고 실세 그룹들이 든든한 후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우리 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에게 있어 군부의 돈줄은 통치자금 확보란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 구축 과정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자칫 군부와 노동당의 세력을 불려줘 권력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거나 체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영호의 전격 해임 배경 중 하나로 군부의 달러벌이 싸움을 지목하는 시각도 이런 측면에서 나온다.

 무기 판매 자금을 둘러싼 북한 군부의 알력은 군부의 간판급 무역기관인 청송연합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청송연합은 중국과 이탈리아·이란 등에 지사를 두고 유엔 등 국제기구의 대북 제재망을 피해 무기 거래를 해 온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한 해 무기 밀매로 벌어들이는 돈은 1억~5억 달러로 추산된다. 청송연합은 북한의 해외 무기 판매의 절반을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기관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17일 “군부 원로로 분류되는 오극렬이 차지하고 있던 청송을 2009년 초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들다시피해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영호 전 총참모장과 함께 신군부 인사로 분류된다. 2009년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돼 권력 장악을 서두르던 시기였다. 노른자위 무역기관을 이영호·김영철 등 신군부가 강탈하다시피 장악했다는 얘기다.

 우리 정보당국은 청송연합을 비롯한 북한의 대형 무역기관이 고위층 기강 해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첩보도 갖고 있다. 이들 무역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노동당과 군부 고위 간부 자제들이며, 이들이 평양의 고급 외화식당이나 비밀 룸살롱 등에서 유흥을 즐기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해외 주재원의 경우 호화주택에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골프장을 드나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당국자는 “김정은에게 이런 내용이 보고돼 군부를 중심으로 한 외화벌이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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