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군부와 갈등설 … 현영철 내세워 군 물갈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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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

북한이 17일 야전 출신의 현영철 대장에게 차수(次帥·북한군의 대장 바로 위 계급) 칭호를 부여한 것도 이영호(70) 해임에 이어 이례적인 인사조치다.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한 데다 이영호의 전격 해임 하루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 당국은 현영철을 총참모장에 임명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또 후속 인사 등 북한 군부의 권력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현영철의 차수 진급이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이끌고 있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 명의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현영철이 총참모장에 임명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영철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추대된 2010년 9월 3차 노동당 대표자회 직전 대장에 올랐다.

 당시 김정은과 고모인 김경희(66) 노동당 비서, 이영호 군 총정치국장, 김경옥 당 제1부부장에게도 대장 칭호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서 떠오를 잠재적인 군부 실세로 현영철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노동당 중앙위원 직함을 갖고 있으나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그의 전격적인 발탁은 2009년 2월 평양방어사령관이던 이영호가 군총참모장에 파격 기용된 것과 비견되기도 한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현영철의 대장 진급 당시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보다 먼저 호명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당은 최용해가 맡고, 군부는 현영철이 이끄는 투톱 시스템을 갖추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은 군부 인사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일단 김정은 권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정치적 숙청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한 당국자는 “이면에는 김정은 친족과 신군부 간 갈등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호의 전격 해임이 신군부 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조치라는 해석이다.

 김정은 체제가 본격 가동하는 과정에서 정통 당 관료였던 최용해(62)를 4월 총정치국장에 앉힌 건 군부 힘 빼기의 신호탄이었다는 해석도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나온다. 군 외화벌이 기구의 내각 이관이나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횟수 감소 등도 같은 맥락이란 얘기다. 한 관계자는 “이영호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타 부처 업무에 간섭하는 등 내부갈등을 야기한 것도 숙청에 가까운 몰락을 맞게 된 요인”이라며 “군 인사와 통제권을 두고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마찰을 빚자 김정은이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66)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용해가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 신군부의 간판 격인 이영호에 대한 치밀한 내사를 벌여 비리를 적발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공안·사정기구도 관할하고 있다. 이영호 해임이 예상보다 빨랐고, 대상이 최고위급인 정치국 상무위원이란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이 충성 경쟁에 매달리고 심리적 동요가 이어질 수 있다 . 이영호와 함께 신군부 핵심 인물로 천안함 공격 등을 주도한 김영철(66) 군정찰총국장이 차기 숙청 리스트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최용해가 김영춘(76) 전 총참모장이나 오극렬(81) 국방위 부위원장 등의 구군부세력을 끌어들여 압박을 강화한다면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면서 군부 내 소장파들이 돌출행동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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