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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원 환율 급등…물가 부담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4월이다. 꽃소식은 매일 북상하고 있다. 누구도 달려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이제 1년중 두번째 분기에 들어섰다. 2분기는 경기변동의 갈림길이다. 앞으로 석달을 잘 보내면 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장사는 안되고 실업은 늘어나는 장기침체 국면을 각오해야 한다.

전망은 쉽지 않다. 냉정히 보면 꽃소식 보다는 '꽃샘 추위' 같은 조짐들이 우세하다. 해외부문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재들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 엔화의 추락이 악재다. 지난주 후반 달러당 1백25엔대로 2년반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엔저(低)는 이번주에도 반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일본발 꽃샘추위는 한국 경제에 가벼운 감기증상을 낳고 있다.

3월 무역수지가 겨우 흑자는 냈지만 전년동월대비 수출이 23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좋은 예다.

엔저는 원화가치도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일제와 맞서 수출시장을 지키려면 원화를 동반하락시키는 수 밖에 없다. 지난주 원화가치 역시 2년반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덕분에 수출업체들은 주문감소를 환차익으로 메꾸면서 그나마 경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문제는 원저가 물가와 금리에 본격적으로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원화가치 하락은 한달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에 반영된다고 한다. 원화는 3월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두달을 버티던 정유회사들이 1일부터 기름값을 올린 것이 좋은 예다. 이번주 이후 환율과 물가압력을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최근 실세금리가 오르는 것도 따지고보면 물가압력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는 경기를 북돋우기 위해 한국은행에 콜금리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6일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분기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나 기업들은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차관인사를 휴일에 단행하면서 정부개편을 마쳤다. 현대건설도 특혜논란을 감수하며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이번주에는 재계도 새로운 판도를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독립하며,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향한 첫걸음으로 LG화학계열사들을 세토막으로 나눈 체제를 출범시킨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에 이어 중요한 이권사업으로 꼽히던 TV홈쇼핑 신규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유통업계에도 판도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 봄 들어 눈에 띄는 흐름은 '강성(强性)기류' 다. 미국의 부시 신정부나 국민의 정부나 강한 정부, 강한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야당이나 국내외 여론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 듯 정책결정의 템포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개편이나 현대건설 처리에서 이런 흐름이 엿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물가나 환율보다 이런 흐름일지도 모른다.

손병수 산업부장 sohn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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