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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실업속 IT기술자 기근 일본 노동시장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제2 컴퓨터 메이커인 후지쓰가 올해들어 실업자들이 갈구하고 있는 일자리를 300자리나 제공하고있는데도 아직까지 채우지 못하고 있다.

후지쓰가 요구하고 있는 기술직 일자리를 320만 일본 실업자들이 메꾸지 못하는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후지쓰 인력자원개발담당 전무인 와다 도시마사는 "일본엔 유능한 전문 기술자가 부족하다"면서 최근년들어 필요인력을 채우지 못한 두번째 해인 올해에도 280명의 인력을 다른 곳에서 빌려와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와다전무는 "훌륭한 인력을 충분히 갖고있지 못한 관계로 좋은 사업 기회가 와도 이를 잡을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지금 길거리에 쏟아지다시피 늘어난 일본 실업자 군단엔 후지쓰가 찾고있는 기술인력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바로 기술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지난 1월의 4.9%라는 정점에서 지난달엔 4.7%로약간 떨어진 일본의 실업률을 근본적으로 낮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은행이경기침체기로 표현하고 있는 지금의 일본 경제를 기업들이 끌어 올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최근 일본에서 일자리를 잃은 대부분의 실업자들은 비숙련 근로자들이거나 같은회사에서 평생 고용될 것으로 예상해 온 중년의 간부층들이다.

지금 일본의 평생고용제 전통은 10년째 계속돼 온 경제침체로 깨지고 있다.

일본은 지금 시멘트 믹서같은 재래산업 근로자들보다 컴퓨터 기사 같은 IT산업기술자들을 보다 절실히 요구하고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인력채용기관중 하나인 다이잡닷컴의 테리 로이드는 "오늘 당장에라도 1천명의 기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100명이상의 기사들을 채용하겠다는 고객사들이 여럿 있으며 일본내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은 모두가 기술요원들을 채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밝혔다.

로이드는 가장 격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분야는 웹 사이트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즈에 사용되는 자바 랭기지 프로그래밍이나 어드반스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같은 분야의 숙련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강조했다.

일본연구협회의 수석 경제연구자인 야마다 히사시는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갖지 못하게 되면 경제 성장은 멈추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연평균 1.7%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난 1990년대에 매년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최소한 0.25% 이상씩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에 미국은 연평균 3.2%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었다.

일본의 경제성장 하락의 대가가 어떠했는가는 바로 실업률 증가에서 읽을 수 있다.

1992년 일본의 실업률은 2.1%에 불과했었으나 미국은 당시 7.8%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8년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30년중 가장 낮은 3.9%를 기록했으나 일본은 최고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숙련기술자에 대한 수요와 유능한 인력공급 사이에 격차를 벌이고 있는이른바 ''노동력 부조화''현상을 빚고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선 구직자의 25%가 일자리를 구했고 인력채용 광고를 낸 회사들이 1차모집에서 인력을 채운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야마다는 "실업자들중 4분의 3은 이른바 노동력 부조화로 인한 실업으로 본다"면서 "IT관련 산업에서 볼수있는 것처럼 기술상에 노동력 부조화현상이 심각해 이분야에 인력수요가 크지만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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