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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거취 놓고 혼란스러운 KAIS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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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젊은 과학도들의 연구 산실인 KAIST가 서남표(76·사진 왼쪽) 총장의 거취를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KAIST 오명(72·오른쪽) 이사장이 서 총장의 리더십과 학교 운영 등을 문제 삼아 총장직 계약 해지안을 20일 이사회에서 심의키로 하자 서 총장이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절대 나갈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의 입장을 본지가 직격 인터뷰했다.

반발하는 서남표 총장

-자진 사퇴할 뜻이 전혀 없나.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이사회가 당당하게 해임하면 된다. 임기 중에 내쫓으려면 정확한 근거를 대야 한다.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내쫓으려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이다.”(※서 총장은 이사회가 총장직 계약을 해지하면 잔여 임기 2년 연봉 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명 이사장이 왜 총장 사퇴를 요구한다고 보나.

 “그건 오 이사장에게 물어봐라. 그는 2010년 이사장 취임 이후 내가 언제 나갈지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오 이사장과 KAIST 비전을 놓고 토론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교수와 학생들은 서 총장이 독선적이며 소통이 부족하다고 한다.

 “교수 정년 심사 강화 등 개혁을 추진하자 교수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학교가 시끄러우니 총장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누가 대학을 개혁할 수 있나. 우리는 국민이 먹여 살리는 대학이다. 수업료도 안 받고 기숙사도 공짜로 제공하는 대학에서 보통 대학생들처럼 공부해선 안 된다.”

 -어쨌거나 KAIST 내분이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나만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나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교수와 학생·교육과학기술부가 싫어한다면 다음 총장도 물러나게 할 것인가.”

 -KAIST 총장으로서 리더십을 상실한 게 아닌가.

 “KAIST가 시끄러운 것에 대해선 국민께 면목이 없다. 시끄럽지 않고 개혁을 할 수는 없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수들의 저항에 굴복할 수 없다.”

이한길 기자

사임 권유하는 오명 이사장

-서 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서 총장이 상식에 없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할 말 있으면 이사회에 출석해서 하라. 그런 다음 다른 말을 하는 게 순서다. 이사회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20일 KAIST 임시 이사회에 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한 오 이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서 총장에게 사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물러날 만큼 잘못한 게 뭔지 알려달라고 했다.

 “여러 이사와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가 오랫동안 시끄러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이사회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총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사임을 권할만큼 서 총장의 소통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나.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그전에 그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서 총장은 자신의 해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사마다 각자의 판단이 있다. 이사들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이사들 성향을 분석해 내편 네편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KAIST 이사 16명 가운데 12명은 서 총장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이전에 KAIST 사태 수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마지막 순간까지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서 총장이 양보하는 게 좋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대화하겠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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