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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기관처럼 국채 투자 … 채권ETF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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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12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좇는 상장지수펀드(ETF) ‘우리KOSEF10년국고채’가 급등했다. 한 주의 가격이 하루 새 1710원, 1.64%나 오른 것이다. 이 ETF는 평소 하루에 많아야 몇백원 오르내리던 종목이다. 연 기대수익률은 3~4% 안팎. 일년 수익의 절반을 12일 하루에 올린 것이다.

같은 날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따라가는 ‘우리KOSEF국고채’의 가격도 0.74%나 올랐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시중금리도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대부분이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 거래량도 확 늘었다. ‘삼성KODEX10년국채선물’의 경우 올 초 상장 이후 하루 평균 거래량이 754주였지만 12일에는 1만2060주, 다음 날인 13일 9270주가 거래됐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채권 ETF가 부상하고 있다. 예전에 국채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등 전문가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97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 금액(3500억원)의 2.5배를 훌쩍 넘어선다.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미리 채권을 확보해 두려 하거나, 세제혜택을 노린 수요다.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국채 직접 투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반면 채권 ETF는 국채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거래가 간편하다. 주당 가격이 10만원 안팎이어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채권 ETF를 사면 은행 예금금리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최근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국채 ETF 연 수익률은 이미 5%를 넘었다.

 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올라갈 때는 채권 ETF 수익이 은행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못할 수 있다. 만기가 긴 채권가격을 좇는 ETF일수록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많이 오르내린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12일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10년물 국고채 값을 추종하는 ETF가 가장 많이 오른 것도 그래서다.

 한 번 채권 ETF에 투자하면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아서는 안 된다. 채권 ETF에 투자할 때 기대수익률은 연 3~5%다. 0.015~0.3%의 매매수수료를 내는데 수시로 사고팔면 수익률은 크게 떨어진다.

 단기채권 ETF는 잠시 현금을 담아두는 수시입출식 계좌와 비슷해, 국고채 수익률을 좇는 ETF와 성격이 다르다. 머니마켓펀드(MMF)나 CMA의 대체재로 쓰인다. 최근 연환산 수익률은 CMA 3.2%, MMF 3.1%, 단기채권 ETF 3.2% 안팎이다. 단기채권 ETF는 계좌 간 이체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주식매수도 자금을 담아두는 용도로 인기가 높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주식을 판 돈을 예탁금으로 두면 이자가 낮지만 단기채권 ETF를 활용하면 연 3%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ETF는 보통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도 이틀 후 현금이 입금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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