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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 비판 거세도 메르켈 인기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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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메르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 재정 위기를 맞아 내우외환 속에도 3분의 2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유럽의 지갑’이라 불리는 독일이 주도하는 위기 해법에 국내외의 공격과 비판이 거세질수록 메르켈 총리의 인기는 반대로 치솟는 모양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프라테스트의 여론조사에서 메르켈의 직무수행 만족도는 66%에 달했다. 여야 정치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2009년 메르켈이 총리에 재선한 이후 최고의 지지율이기도 하다. 한 달 전 같은 조사 때보다 무려 8%포인트나 증가했다. 메르켈의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58%가 찬성했다.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메르켈이 최대의 루저(패자)로 묘사된 직후 조사한 결과여서 더욱 관심을 끈다.

 정상회의에서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후원을 배경으로 메르켈 총리를 압박해 양보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메르켈이 그동안 반대했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의 은행 자본확충 직접 지원 합의, 추가적 재정긴축 요구 조건 배제 등을 쟁취해낸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 내부에서는 메르켈이 ‘레드라인’도 지키지 못하고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2년 동안 8000만 독일인의 평균 월급 두 달치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지원한 독일에서는 더 이상의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도 내부 반란을 일으켰다. EU 정상회담 직후 독일 하원(분데스탁)에서 실시된 유럽신재정협약 비준과 EFSF를 대체하는 항구적 재정안정기금으로 출범할 예정인 ESM 설립안 동의 표결에서 기민·기사당 16명과 자민당 10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통합에 적극적인 야당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로 표결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를 얻긴 했지만 연정 내 반발 확산은 메르켈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의 인기가 오르고 있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와는 다르게 메르켈이 EU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독일 본 대학 게르트 랑구트 교수는 “메르켈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독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며 “그가 국내의 어떤 라이벌보다 인기가 높다는 것을 연정 내 모든 인사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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