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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 붕 떴던 위그선 사고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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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8일 사천 앞바다에서 시험 운항하던 위그선이 추락해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송봉근 기자]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경남 사천시 서포면 향기도 남동쪽 1.2마일 해상에서 시험운항하던 위그선 한 척이 갑자기 추락했다. 이 사고로 위그선 조종사 이규익(46)씨가 숨지고 외국인 기술자 3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날 위그선은 사천시 송포동 선착장을 출항한 뒤 10여 분 만에 두 동강 난 채로 발견됐다. 해경은 낚시꾼들이 위그선이 비행기처럼 오르내리다 사고를 당했다고 증언하는 점으로 미뤄 비행 고도를 테스트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이씨는 사고가 난 지 일주일 만에 경남 사천시 송포동 삼천포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위그선의 정체성을 놓고 선박의 안전을 다루는 한국선급(KR)과 비행기의 안전을 다루는 국토해양부 철도항공사고 조사위가 서로 사고 조사를 미뤘던 탓이다. 결국 수사는 해경이 맡고, 기체감정은 KR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씨는 국내 위그선 사업 태동기였던 10여 년 전부터 위험한 시험조종을 도맡았다. 공군사관학교 4학년을 중퇴한 뒤 초경량 항공기 교관을 하며 못다한 파일럿의 꿈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씨의 유족들은 보험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회사 측이 이씨에게 들어준 보험은 여행자보험뿐이라 이번 사고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의 부인 정윤숙(46)씨는 “남편은 아무런 위험 보장도 못 받고 위험한 시험조종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물 위 1~5m 높이에서 시속 150~200㎞로 달려 ‘바다 위의 KTX’로 불리는 위그선은 해상교통안전법상 ‘수면비행선박’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선박이라 KR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껏 한 척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보험에 들 수 없었고 위그선 조종사 면허 발급까지 미뤄지고 있다. 선박직원법에 수면비행선박 조종사 면허는 2009년 12월 신설됐지만 KR의 인증을 받은 시험선이 없어 필기합격자들이 실습을 할 수 없다. 전영윤(56) 한국항공스포츠협회 대표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운송수단이 계속 출현하지만 관련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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