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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고층 ‘빅3’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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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3월 28일 부산시 중구 중앙동 부산롯데타운 기초 공사 현장에는 하루 종일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었다. 다음날까지 레미콘 차량 2만360여대가 지름 68.3m(바닥면적 3539㎡)의 지하 8층에 쏟아부은 콘크리트 양은 총 3만 2000t이나 됐다. 무게만 55만t인 107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버티기 위한 기초 공사인 만큼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기초공사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지상층을 포함한 본공사는 시작을 못하고 있다.

 부산지역 ‘마천루(摩天樓·초고층건물)’로 기대를 모았던 롯데타운을 비롯해 부산 해운대구 관광리조트와 WBC 솔로몬 타워 등 초고층 빌딩 3채가 불황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5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롯데타운은 주건물,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등 3개 건물로 추진되고 있다. 롯데는 이 중 호텔과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은 주건물의 용도에 주거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2009년 6월부터 추진해 왔다. 부산지역 호텔 객실 이용률이 감소하고 오피스텔 임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건물을 완공해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롯데타운이 공유수면을 일부 메워 조성된 공공용지이기 때문에 주거용 공동주택을 용도에 포함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타운 한 관계자는 “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주거기능을 추진한 것”이라면서 “내년 골조공사를 마칠 때까지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추진 중인 관광리조트와 WBC 솔로몬 타워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광리조트의 경우 랜드마크 동은 108층에서 101층으로, 주거동은 87층에서 84층으로 낮춰 지난해 12월 해운대구청에 착공계를 냈다. 이후 깊이 20m까지 물막이 공사를 마쳤지만 5월부터 공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불황으로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엘씨티 관계자는 “워낙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한 회사가 할 수 없어 여러 회사와 조율을 하고 있는 중이다”면서 “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센텀시티 내 108층 규모의 WBC 솔로몬타워는 지난해 11월 채권단 부지 공매 때 채권단 일원인 우리저축은행이 낙찰을 받으면서 사업 재개조차 불투명하다. 저축은행이 재공매 절차를 통해 부지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는 것이다. 애초 시행사였던 솔로몬그룹은 저축은행이 낙찰 받은 890억원에서 금리를 보탠 정도면 사업을 재개할 의사는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협의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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