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 턱밑까지 파고든 저축은행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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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희중(44) 제1부속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97년 6급 의원보좌관으로 채용된 뒤 2002년 서울시장 의전비서관, 2007년 대선캠프 일정담당 팀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15년째 이 대통령을 모셔왔다.

 김 실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은 저축은행 비리 때문으로 추측된다. 어제 한 신문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2010년께 퇴출을 막기 위해 평소 친분을 유지해왔던 김 실장에게 수천만원 혹은 억대의 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수억원을 준 혐의로 구속돼 있다. 공식적으로 내사 사실을 부인해왔던 검찰은 김 실장의 사의 표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청와대가 자체 조사를 포기하고 김 실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도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여론의 흐름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11년 저축은행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 당국의 비리 사슬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통렬하게 질타했다. 그런 대통령이 정작 청와대 내부 단속엔 손을 놓은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대통령의 형님과 측근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참담하기 짝이 없다. 검찰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김 실장에 대한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형님과 여의도 정치권까지 손 댄 검찰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동선과 일정을 챙기고, 그와 만나거나 전화하는 사람들을 소상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대통령과 접촉 빈도를 기술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문고리 권력자란 별명이 붙는다. 이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 때의 장학로 부속실장이나 노무현 대통령 때의 양길승 부속실장도 금품 수수와 향응 등을 받아 사표를 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부패세력이 청와대 안방까지 침투할 정도로 권력 내부는 철저히 부패해 있었던 셈이다. 이제 이 대통령은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을 향해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