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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획취재] 외국인 투자자들 등 떼미는 경제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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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하기 편한 나라' 는 요원〓본지가 주한 외국기업 76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년새 한국의 투자환경이 '조금 개선됐다' 는 응답(46.7%)이 가장 많았으나 '종전과 비슷하다' (25.3%), '악화됐다' (21.3%)는 비슷했다. 99년 이전 각종 조사에서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는 답이 많았던 것과 상당히 달라진 결과다.

단계별로는 중앙정부의 투자 승인을 받거나 투자 자금을 들여올 때(33.8%)보다 시장을 개척하고 공장.사무실을 운영할 때(56.2%)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 발목 잡는 노사문제〓일본계 기계업체 S사는 지난해 노조와 상의 없이 과장 두 명을 승진시켰다가 낭패를 봤다. 인사문제를 노조와 합의한다는 노사협약을 깼다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일본 본사까지 찾아가 현지 노동단체와 연대투쟁에 나섰기 때문.

노조측은 "한국에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 본사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고 주장했다. 결국 인사조치를 철회한 회사측은 "한국에 대한 신규투자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외국계 홍보회사 대표 박모씨는 "최근 홍콩에 출장갔더니 CNN방송이 대우차 노조의 화염병 시위 장면을 10분 간격으로 내보내더라" 며 "외국 파트너들이 한결같이 이 문제를 물어와 곤혹스러웠다" 고 말했다.

◇ 지자체의 닫힌 의식〓부도난 후 2년째 방치돼 있던 지방의 한 조선소 시설을 지난해 법원 경매로 낙찰한 유럽계 K사는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도크와 크레인 등이 지방정부 소유인 어항(漁港)에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국내 업체에 어항 사용허가를 내준 지자체가 K사엔 "불법 시설물이어서 허가해줄 수 없다" 고 했기 때문이다. K사는 인근 어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어선을 무료로 수리해 준다는 조건으로 어렵사리 도크 사용허가를 받아냈다.

사정이 이러니 외국인 직접투자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수도권에 79.6%(건수 기준)가 몰릴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시.도별로 투자유치 조직이 있지만 상당수가 유명무실하다" 고 말했다.

◇ 공정 경쟁 가로막는 국내 기업들〓일본계 P사는 지난해 한 국내 레저 전문지와 1년간 광고계약을 했으나 두차례 광고가 나간 뒤 느닷없이 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P사의 광고를 계속 실을 경우 자기네 광고를 모두 빼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는 게 이유였다. '외제품〓사치품' 으로 몰아가는 배타적 정서도 주된 불만이다. 주한EU상의의 김효준 자동차분과위원장은 "외제 승용차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0.4%로 일본(10%)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고 지적했다.

◇ 복잡한 행정규제〓전세계 공통의 맥도널드 로고는 빨간색 바탕에 황금색 M자형 문양. 그런데 99년 서울시는 미관을 이유로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해 빨간색이 전체의 절반을 넘으면 시정.철거토록 했다. 옥외간판은 3년마다 신고하게 돼있어 맥도널드도 내년 가을엔 이를 따라야 해 고민 중이다.

통관 절차가 불편한 것도 외국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거리. 1백22개에 달하는 검사.확인기관 중 전자문서 교환(EDI)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서류를 직접 들고 다녀야 해 기일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때론 '급행료' 를 달라는 경우도 있다" 는 것이다.

◇ 어두운 투자유치 전망〓향후 투자유치 전망은 매우 어둡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소인 EIU(http://store.eiu.com)가 2001~2005년 각국에 유입될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를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연평균 84억6천만달러(실적 기준)로 99년(1백3억달러)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은 연평균 5백76억달러로 99년의 4백4억달러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사무소(http://www.oio.or.kr)의 김완순 대표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7.7%(99년 기준)로 중국(23.5%) 등 경쟁국은 물론 세계 평균치(11.7%)에도 못미친다" 고 꼬집었다.

기획취재팀〓민병관.정경민.신예리 기자minb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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