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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편식 위험 … 미국 하이일드·회사채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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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00년대 중반 펀드 열풍을 이끈 건 주식이다. 2004년 말 10조원에도 못 미치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년 뒤엔 130조원까지 불어났다. 반면 채권형 펀드 규모는 같은 기간 75조원에서 30조원으로 줄었다. 2009년부터는 주식과 채권의 세력 다툼이 이어지다 최근에는 채권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주식시장이 불안한 지금,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투자가 대안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국내외 자산운용 전문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은수(51) 교보악사 자산운용 대표와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아리프 후세인 유럽 채권담당이사의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경제성장률도 금리도 낮아 돈이 ‘중위험·중수익’ 투자에 몰릴 수밖에 없다.”

 정은수 교보악사 자산운용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투자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또 “이런 환경이 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자산을 몽땅 ELS에만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 정 대표는 “요즘 같은 땐 미국 채권이 매력적”이라며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는 언제쯤 나아질까.

 “재고의 주기와 맞물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린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도 금리인하, 재정투자, 내수 소비 촉진책 등 경기부양책이 꾸준히 나온다. 유럽 위험도 줄고 있다.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다.”

 -그럼 하반기에는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하나.

 “아니다. 당분간 ‘중위험·중수익’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완만할 것이다. 최소한 2015년까지는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대신 돈은 엄청 풀려 있다. ”

 -투자자도 갈피를 못 잡는다.

 “안전자산인 국채로만 운용하기엔 금리가 너무 낮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았듯이 고금리 예금형 상품은 불안하다. 변동성이 너무 커서 이제껏 해온 방식대로 주식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주가지수를 좇는 인덱스형 펀드나 비용이 싼 지수연계증권(ETF)으로 이동한다. ELS의 인기가 높은 것도 중위험·중수익 투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다. 상반기에만 ELS가 26조나 발행됐다. 하지만 무한정 발행될 수는 없다. 대안이 필요하다. 펀드를 통한 미국 고금리(하이일드) 회사채 투자가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왜 콕 집어 미국 채권인가.

 “유럽보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지역 채권이 포함된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펀드에 비해 불확실성이 낮다. 하이일드채의 위험도는 국채와 주식의 중간쯤이다. 중위험·중수익 수요에 부합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 최근 미국 하이일드채 수익률은 유럽 위기가 재발한 이래 국채 수익률만 못하다. 투자하기에 적당한 때다. 하지만 투자 바구니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하이일드채에만 몰아 투자할 수는 없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 물가채도 괜찮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가까우면서도 물가 상승에도 대비할 수 있다.”

 -한국 채권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하반기에 들어가면 경기가 점진적으로나마 회복될 텐데, 만약 그런 흐름이 미약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경우 국내 채권시장의 강세장은 더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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