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미·중 각축장 될 수도” 국회 외통위, 김성환 장관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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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외교 참사, 꼼수, 하자 협정, 은폐 도사, 외교부는 국방부의 심부름센터.

 19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앞에서 여야 의원들이 쏟아낸 비난이다.

 야당 의원들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추진하려던 정부의 처리 절차를 문제 삼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황식 총리, 김 장관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정보보호협정 자체를 폐기하라는 요구도 했다.

 민주통합당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이번 협정은 절차와 내용 모두 부당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며 “한반도를 미·중 냉전의 각축장으로 만들 수 있는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해찬 대표도 “2009년 6월 북한 미사일 발사 사실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30분 전에 보고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대사가 사전에 알려줬기 때문”이라며 “일본으로부터는 그런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북한에 맞서기 위한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협정 처리 방식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대사 출신인 심윤조 의원은 “협정의 군사적 필요성은 국방부가 판단하겠지만 국민 정서와 안보지형 변화를 감안해 시기와 방법은 외교부가 제대로 정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중국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5월 말과 6월 하순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일 협정 추진 사실을 중국에 두 차례 통보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일 협정을 요구했느냐”는 길정우 의원(새누리당) 질문에 김 장관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정부가 6월 말을 목표로 서둘러 협정을 추진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6월 말이라는 목표시한을 실무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한으로 이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당초 일본과의 가서명(5월 23일) 때까지 ‘군사정보보호협정’이던 협정 명칭에서 ‘군사’가 빠진 데 대해선 “군사에 방점이 찍혀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 같아 우리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일본에 먼저 제의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김 장관은 해명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선 “(국무회의에) 즉석안건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은 회의 하루 전(6월 25일)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대통령을 수행해 남미 순방을 가는 바람에) 해외에서 국내 실무자들과 긴밀히 소통 못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협정 재추진 여부에 대해 김 장관은 “국회와 국민의 이해를 얻어 신중하게 추진하되 한·일 협정과 한·중 정보보호협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조세영 전 동북아국장은 국무회의 즉석안건으로 처리하자는 아이디어를 누가 처음 냈느냐는 우상호 의원(민주통합당) 질문에 “특별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협의해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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