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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판결, 대기업 봐주기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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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영한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가 10일 신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시작했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고영한(사진)·김병화·김신·김창석 후보자 순으로 나흘 동안 열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통합당은 고 후보자가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시절 태안 기름유출 사건 재판에서 삼성중공업에 제한적 책임을 지운 판결을 문제 삼았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은 “단 한 차례 심문도 없이 법원심리를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불과 56억원으로 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은 한국 법정이 대기업 사건에서 재벌이 만든 저울을 갖고 있기 때문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고 후보자는 “피해 주민들의 아픔에 대해 수없이 고민한 끝에 내린 판결이었다”며 “현재와 같은 법률 아래서는 다시 재판을 맡아도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군법무관 시절 조부로부터 전남 담양군 땅(863㎡) 소유권을 이전 받을 때 증여·상속이 아닌 매매로 등기한 것은 증여세를 탈루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고 후보자는 “선친이 상의 없이 이전했기 때문에 당시엔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의 퇴임식이 열렸다. 김영란·이홍훈·김지형·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진보성향 대법관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전수안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원 내 소수자로서의 아쉬움과 평소 소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전 대법관은 “언젠가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법관 비율과 상관없이 성비(性比)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며 신임 대법관 후보자에 여성이 포함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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