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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연 탈세 … 연예기획사 조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해외에서 공연이나 TV·영화 출연으로 번 소득을 탈세한 유명 연예기획사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섰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한 대기업과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린 중견기업 사주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10일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외국 과세당국이 제공한 조세정보를 분석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40개 업체에 대해 이날 오전 10시 일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 중엔 여러 개의 연예기획사가 포함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 기획사는 주로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한 영화배우나 가수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별도의 해외계좌로 빼돌리거나 현금으로 받고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미 올 상반기 역외탈세 105건을 조사해 489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특히 상속세를 탈루하기 위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중견 기업인 상당수가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중견 해운업체 사주 A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A씨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20년간 선박회사를 운영하며, 선박 운영수익 1700억원을 스위스와 홍콩 은행계좌로 빼돌렸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A씨는 2007년 사망하기 직전 부인과 자녀에게 이 돈을 몰래 송금했다. 물려줄 재산이 없는 것처럼 위장해 상속세를 탈루한 것이다. 뒤늦게 해외계좌 정보를 입수한 국세청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기간(10년)이 지나기 전 상속세 1515억원을 추징했다.

 중견 제조업체 대표 B씨도 비슷한 경우다. B씨는 선친이 친인척에게 명의신탁한 회사 주식을 팔아 생긴 450억원을 국내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미국 법인으로 빼돌렸다.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기 위해서다. 이 돈은 미국에서 호화별장을 사는 데 썼다. 국세청은 B씨에게 상속·증여세 68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를 외국으로 빼돌리고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호화생활을 하겠다는 얌체 부자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이달 말부터 스위스와 금융정보 교환이 시행됨에 따라 역외탈세 추적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탈세 혐의자가 스위스에 숨겨둔 비밀계좌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임 국장은 “간략한 인적사항을 스위스 과세당국에 넘기면 혐의자의 금융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조세정보교환협정을 맺은 마셜군도, 쿡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와도 정보 교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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