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쇠고기’ 때문에 메달 놓칠라 … 경기 때 풀만 먹고 뛰는 중국 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 1일 중국 닝보(寧波)에서 열린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서 중국 여자대표팀은 미국에 0-3으로 완패했다. 중국은 이 대회 1승4패로 5위에 그쳤다. 특히 미국전에선 선수들이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등 경기를 소화하기 힘든 몸 상태였다.

경기 후 위줴민(兪覺敏) 중국 여자대표팀 감독은 취재진에 뜻밖의 말을 털어놨다. “선수들이 3주 동안 고기를 먹지 못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체력이 떨어진 것이 참패의 원인”이라고 토로한 것이다.

 실제로 여자대표팀은 대회 전 3주간 마카오·포산(佛山)·뤄허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위 감독은 전했다. 올해 초 중국 체육총국이 외부 육류 섭취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조치에 따라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지훈련지 등 지정된 선수촌 밖에선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소·돼지·양 등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됐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유행한 ‘살코기 엑기스(瘦肉精)’ 탓이 크다. 돼지고기를 이 엑기스에 담그면 맛과 색이 쇠고기처럼 변한다. 불법 약물인 이 엑기스가 들어간 고기를 먹으면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체조·탁구·배드민턴 등 중국 전통의 ‘메달박스’ 종목 선수들은 철저히 구내 식당을 이용케 하고 있다고 ‘시나닷컴’은 전했다. 리융보(李永波)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먹는 고기는 모두 특별 공급되며 살코기 엑기스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고기는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도대표팀은 자신들이 먹을 돼지를 직접 기른다. ‘짝퉁 천국’ 중국에서 짝퉁 고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단백질 섭취를 못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