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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낚인 미국 펀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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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펀드의 철학과 상관없이 좋아 보이면 ‘우~’하고 몰려다니며 아무 종목이나 쓸어담는다’.

 펀드 역사가 짧은 한국 시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긴 역사만큼이나 성숙했다는 미국 펀드시장 얘기다.

 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6, 7월 자산운용사 투자비중 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소 160개 이상의 미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상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을 편입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피델리티와 모건스탠리·오펜하이머펀드 등 주요 운용사가 모두 포함됐다. 페이스북 상장주관사였던 모건스탠리의 포커스성장펀드는 페이스북 지분이 6.5%에 달했다.

 문제는 가격이 싼 저평가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와 배당으로 수익을 올리는 배당주 펀드까지도 페이스북 보유 펀드 목록에 상당수 올라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9배 수준으로 매우 비싼 편이라 가치주로 볼 수 없다. 세계 1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PER이 10배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페이스북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가치주펀드가 너도나도 페이스북을 담은 것이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JP모건 인트리피드밸류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페이스북이 상장한 5월 3만8300주를 사들였다. 또 다른 가치주 펀드인 프린서펄 라지캡 밸류펀드 역시 같은 기간 12만4000주 이상 샀다. 또 페이스북은 배당과 무관하지만 배당 펀드인 피델리티 배당성장 펀드 역시 페이스북 비중이 0.24%였다.

 페이스북은 올 5월 18일 기업공개 당시 공모가가 38달러였다. 상장 당시 ‘대박’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때 주당 25.52달러까지 빠지기도 했다. 지금도 공모가에 못 미치는 31.73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펀드가 철학과 무관하게 페이스북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투자자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러셀 키넬 모닝스타 펀드 리서치 책임자는 “펀드 매니저가 투자종목을 결정하는 과정에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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