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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과 정치]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은 평생을 몸담아온 경제계를 잠시 떠나 외도를 한 적이 있었다.

정치에 경제적 효율성을 접목시켜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대망'(大望)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때는 14대 대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지난 92년 2월8일. 국내 최대의 재벌총수답게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마련한 2천600여억원의 거금을 들여 통일국민당을 창당하면서 `정치'란 새로운 `업(業)'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그는 "5공화국 초기 국보위 때 기업 통폐합의 폐해를 몸소 겪고 나서 정치에 뜻을 품어오다 6공 정부가 이 나라를 아시아의 용에서 지렁이로 영락시키자 `더이상 이대로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정치입문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계의 `왕회장'이 정계의 `왕회장'이 되고자 하는 새로운 인생모험에 승부를 건 그다운 결단이었다.

초반 그의 정치 역정은 순탄한 길을 걸었다. 창당 한달여만인 `3.24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1석(지역구 24, 전국구 7석)을 획득, 원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수 있는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총선후보 공천과정에서 후보의 상품가치, 즉 당선가능성을 중시한 낙점을 한 뒤선거 자체를 건설공사하듯이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공사판 출신답다"는 게 정가의 평가였다.

당시 그는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에 당무회의를 소집하는가 하면 헬기를 동원, 전국을 앞마당처럼 돌며 총선 지원유세를 벌이는 등 지칠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통령의 꿈'을 내비치다 5월15일 전당대회를 통해당 대선후보로 등록, 후보군에 공식 가세했다.(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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