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팡이 짚어, 맘껏 걸어야지, 안 그러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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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나은순(73·여·왼쪽)씨와 임중승(88·여)씨가 수술을 집도한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임수재 교수(가운데)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수정 기자]

“형님, 지팡이 짚고 무릎 아프다고 하는 노인네들 보면 내가 다 답답해. 왜들 그렇게 살아. 우리처럼 맘껏 걷고 뛰고 춤추면서 살다 죽어야지. 안 그러우?” 3일 오전 11시 순천향대 부천병원 앞 중앙공원. 이 병원에서 2년 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나은순(73·여·인천시 남동구)씨. 그는 막춤을 선보이며 올 2월 수술을 받은 임중승(88·여·서울 서대문구)씨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임씨는 “주위에서 90세 가까이 돼서 무슨 수술이냐고 반대했어. 그냥 살라는 거야. 얼마나 아픈지 겪어보면 그런 말 못하지. 이젠 걸어다니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말했다. 인공관절(인공슬관절 치환술)수술을 집도한 순천향대 부천병원 인공관절센터 임수재(정형외과)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가 80세 이상이다. 관절 통증은 그대로 두면 관절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 통증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되찾은 70, 80대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고령이라 수술 힘들겠다는 말 듣고 절망

평소 퇴행성관절염 이 있었던 80대 임중승씨. 재작년 무릎을 다친 이후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양반다리로 앉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서울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의사는 “고령이라 수술은 힘들다. 약 처방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약을 먹어도 통증은 여전했다. 스포츠 댄스·수영 등 스포츠 매니어였던 70대 나씨도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혀를 깨물고 끙끙 앓았다.

 그러다가 순천향대 부천병원을 찾았다. 임수재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 부위 뼈를 잘라내고 금속물을 삽입한 뒤 그 사이에 관절 연골 기능을 하는 플라스틱을 끼워 넣는 수술. 임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등 각종 관절염이 심해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도 통증이 해결되지 않거나 다리가 심하게 변형돼 보행 장애가 있을 때 권한다”고 말했다.

못 깨어날까 걱정했는데 수술 30분 만에 끝나

수술이 결정되자 나씨와 임씨는 망설였다. 나씨는 “관절수술을 받고 통증이 더 심해져 지팡이 없이는 걷지 못하는 친구가 있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고 수술대에 올랐다. 의외였다. 나씨는 “우주복(멸균 수술복)을 입은 임 교수가 손을 잡아 준 기억이 나는데 일어나니 30분 만에 수술이 끝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과거 인공관절 수술은 노인 환자가 받기에 후유증이 컸지만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인공관절 수술은 근육과 힘줄 손상을 줄이고, 출혈과 부작용을 줄여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만한 수술은 아니다. 고령환자의 수술은 까다롭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인공관절센터에는 세 가지 원칙과 노하우가 있다. 첫째, 짧은 시간 안에 관절 내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인공 관절을 삽입해 뼈를 정렬시킨다. 임 교수는 “최근 미용적인 면을 중시해 피부 표면을 적게 째는 수술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노령 환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관절 내막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내과적 질환과의 연계다. 고령환자는 당뇨병·심장질환 등의 내과적 질환이 있어 수술 위험성이 젊은 환자에 비해 크다. 수술이 결정되고 정형외과·심장내과·내분비내과·마취과 의료진이 모여 수술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분석한다. 셋째 무수혈센터가 있어 수술 전 혈색소 수치를 올려 수혈하지 않고도 수술을 끝낸다.

수술 후 두 달 만에 모든 스포츠 섭렵

나씨는 수술 이틀 뒤부터 걸어 다녔다. 인형극 자원봉사도 한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도 끄떡없다. 임 교수는 “ 수술 뒤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일상생활은 물론 가벼운 등산이나 걷기 등의 운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씨도 무릎 통증이 없어져 피아노 연주를 다시 시작했다. 임씨는 “피아노 페달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됐다며 자식들이 새 피아노를 선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치선 기자

임수재 교수는=영국 엑시터 대학병원 교환교수를 역임했 다. 인공관절 수술을 6000례 이상 집도한 명의로 미국인명연구소 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지성’(2006)에 등재됐다.

임수재 교수가 말하는 ‘고령자 인공관절 수술, 이런 사람에게 적합하다’

■ 관절 통증이 심한 관절염 환자
■ 퇴행성 변화가 누적돼 연골과 뼈에 손상이 생긴 퇴행성 관절염 환자
■ 관절의 휜 변형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관절 변형 환자
■ 보행 장애가 있는 경우
■ 자기 관절을 보존하는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거나 와상·준와상 상태일 때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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