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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민주당 총재직 버리고 「국민의 대통령」 돼야”(2)

중앙일보

입력

*** “DJ는 NMD 문제에서 미·러 어느 한쪽에 서면 안돼”

이쯤에서 화제를 돌렸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평화 정착의 물꼬를 튼 DJ에게 강목사는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분명했다. 3년전 DJ정부 집권 초기에 기자는 강원룡 목사에 대해 인물탐구를 한 적이 있었다. 해방공간에서 몽양 여운형과 의기투합했던 강목사는 현실정치판에서 몸을 뺀 뒤에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들과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그 스스로 ‘살아 있는 현대사’가 되어왔다.

한국이 근대국가의 틀을 갖춘 이래 역대 권력자들과 그 주변의 풍경을 강목사처럼 내밀하고 일관되게 지켜본 이는 없다. 저널리즘의 탐구 대상으로 강목사만큼 매혹적인 인물도 드물었다.

그런데 당시 그는 자신이 지켜본 역대 권력자들이 독선으로 흐르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초보 대통령 DJ’가 경계해야 할 점을 아주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승만 때부터 다 그랬어. 전두환씨도 처음에는 겸손했는데 비행기 타고 외국만 나갔다 오면 그렇게 오만해질 수 없었어. 오만은 오판을 낳고 불행을 낳는 거야. 더구나 김대중씨는 지식이 높은 사람이에요. 그러나 복잡한 국가를 통치하는 데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지. 김대중씨가 그럴지 안그럴지 모르지만 과거 대통령들이 다 그랬으니 조심해야지.”

요컨대 해외에 나가 국빈 대접을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대통령의 맛’에 취해 오만해진다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권력자를 지켜본 강목사만이 할 수 있는 생생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강목사가 지금 이 시점에 대통령 DJ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 지난 1998년 강목사님은 YS 재임기간 5년간을 추가해 “빈들에서” 증보판을 냈습니다. 이제 DJ 정부도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접어들었는데 DJ 재임기간에 대해서도 증보판을 내셔야죠?

*** “반드시 써야지. 반드시.”

― 목사님 자서전에서 DJ는 어떤 평가를 받을 것 같습니까?

“현재로서는 중간평가밖에 못하겠어요. 평가하기 곤란해요. 그러나 평가는 반드시 쓸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는 것이 내 결론이에요. 남은 2년이 있으니 이제라도 김대통령이 방향만 조금 바꿔 잘하면 아직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래서 현 단계에서 내가 말 못하겠다는 것이지. 지금까지 가던 코스를 그대로 가서는….”

― 어떤 코스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남북관계는 잘 풀어 왔다고 평가하셨는데….

“남북관계는 포지티브한 것이지. 앞으로도 김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잘 풀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거예요. 하지만 국내정치. 국내정치에 있어서는….”

강목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작심한 듯 톤을 높여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 막 말을 해버리지. 내가 보기에 김대통령이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 되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는데, 그게 뭐냐? 민주당 총재를 그만두라는 것이죠. 그리고 야당하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숫자 가지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정말 4·13 선거에서의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소위 말하는 상생정치를 하라 이것입니다. 그래서 여당하고 야당하고 작은 문제에서는 대립하더라도 국가대계에 관한 한 한번 만나 안되면 밤새워 토론하고 설득해서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김대통령이 민주당을 대표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거지. 내 얘기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라는 것인데, 이런 태도를 가지고 김대통령이 나오면 지난날의 여러 가지 과오는 다 가려진다는 것이지. 결국 이것을 못하면 나같은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절대로 못받지.”

― 김대통령과는 정치초년병 시절부터 교분을 쌓은 셈인데요. 금방 말씀하신 것 김대통령에게도 가끔 하십니까?

“물론 했지. 그 전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그런데 그 분이 뭐 내 말을 듣는 사람도 아니고…. 나는 안타까워 하는 얘기입니다. 내가 신문에 조심스럽게 썼어요. 사람이라는 것이 욕심이 없을 수 없잖아요? 대통령이 되고 싶어 목숨까지 걸고 해서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그리고 노벨상 받고 싶었는데 그것도 받았어요. 하고 싶은 것 다 했어. 이제는 개인의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만 생각하라는 것이지 그러면 아주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희망이 없다, 이말입니다.”

*** “DJ는 민주당 총재직 사퇴하고 상생 정치 펴야”

― 국내정치에 한정해서 말씀하시는 거죠?

“국제정치는 크게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해. 국내정치 문제에서 우선 이 여야 대결구도를 바꿔야 합니다. 국회 과반수를 만들기 위해 조작하고…. 그런 것을 왜 하느냐 이말이야.”

― 대결정치의 일차적 책임은 집권당에 있겠지만, 여야 대결구도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야당도 마찬가지로 비판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회창 총재 말이죠.

“내가 얼마 전에 평화포럼 하기 위해 이회창씨를 만났는데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첫째는 남북문제에 있어서 이총재가 오히려 김대통령보다 더 앞서 나가야 한다, 이런 것을 보이지 않으면 대통령 안된다고 말이지. 여야 싸움 때문에 한반도 평화 정착에 소극적이어서는 일종의 반통일분자로 인식되니 안된다는 것이지. 둘째로는 야당이 이기는 방법은 지는 것이다, 지면 이긴다, 그러려면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해라. 만나서 얘기해라.

야당 총수가 만나자고 하는데 대통령이 거부해서 그게 신문에 나면 당신이 이기는 것이다, 김대중이 지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지. 국회에서 올바른 것을 내세워 해야지 왜 길거리에서 정치를 하느냐, 이런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굉장히 겸손하게 들어요. 변명조가 나오지만 아주 겸손히 들어줘요. 야당도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안돼. 지금 태도 안바꾸면 정권을 잡기도 어렵지만 정권을 잡아도 별 볼일 없을 것이야.”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강목사는 이희호 여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요즘 사회의 비서 개념과는 달랐지만, 여하튼 이화여전 재학시절부터 기독학생운동을했던 이여사는 기독청년운동가 강목사의 비서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했다. 똑똑한 여성운동가였던 이여사는 강목사의 저술작업 윤문을 거의 도맡다시피했다고 한다. 나아가 정치지망생(민주당 대변인)
이었던 김대통령과 이여사가 맺어지는 데도 강목사는 한몫 했다.

― 김대통령 내외가 결혼하게 된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웃으면서)
김대통령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지난 대선때 텔레비전 아침 프로에 나와 내가 이희호 오빠하고 둘이서 자기들 결혼을 방해했다는 거지. 사실을 말하면 반대인데…. 어느날 이희호가 나한테 찾아와서는 김대중이라는 사람한테 청혼을 받았는데, 목사님이 한번 만나보고 어떤지 말해달라고 해. 그래서 시청 옆에 있는 다방에서 김대중씨하고 만났지. 얘기를 오래 나눴는데 만나고 나서 내가 이희호한테 ‘남편한테 사랑받는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면 적임자가 아니다. 그러나 너는 사회의식이 강하니까 남편을 훌륭한 정치가로 만들고 싶다면 아주 적임자다’ 그랬어. 내가 억지로 결혼시킨 것은 아니고 이희호가 후자를 택한 것이지.”

*** 김대중·이희호 결혼에 얽힌 강원룡의 인연

이여사와의 이런 오랜 인연 때문에 강목사는 옷로비사건때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사건의 뒷얘기 비슷하게 정치권과 언론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규명 없이 강목사가 신동아그룹의 로비에 휘말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 옷로비사건때 비공식적으로 강목사님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구명에 적극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죠.

“어, 그 사건. 그것 말입니다, 이종률(전 국회의원)
이 어느날 나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오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사람이 우리 교회(경동교회)
에서 죽 자란 사람인데, 나하고도 잘 아는 사이야. 그런데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인가 내가 처음 보는 몇사람하고 같이 왔어. 무슨 부탁이 있어서 온 모양인데 그 사람들 내 앞에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돌아갔어요.

내가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난 뒤 그런 일(옷로비사건)
이 있었는지 알았지. 이종률씨 부인이 이형자씨 동생인데 나한테 이희호 여사에게 (신동아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말좀 해달라고 그런 것이지. 나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것은 이종률씨가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옷얘기가 아니고 내가 이희호 여사한테 전화는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과 달라요. 그것으로 끝이지.”

―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나중에 옷로비사건의 성격을 ‘실패한 로비’로 규정하면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계의 지도자들이 압력을 행사해 왔다고 설명했거든요. 당시 그 교계 지도자 중 한사람이 강목사님이라는 얘기가 나돌았거든요?

“나중에 재판정에서 내 이름이 튀어나오고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이종률씨를 앞세워 나를 찾아와 내 앞에서는 옷로비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지. 나는 옷 로비하고는 100만분의 1도 관련이 없어요. 그런데 내가 그 사건과 관련해 나중에 김대통령에게 한마디 했어요. 당시 왜 김대통령이 러시아와 몽골을 순방하고 돌아오면서 ‘믿을 만한 여론조사 결과 30%는 김태정 장관을 해임하라 하고 70%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여론의 마녀사냥이라면서 김태정 장관을 변명해 주었잖아요? 그래서 내가 나중에 김대통령을 만나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안되고 서민들의 서글픔을 어루만져야 한다며 뭐라고 했지. 사건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장관 부인들이 그렇게 비싼 옷을 사러 다니고…. 국민들이 보기에는 지저분한 짓이지.”

*** 나는 옷로비 사건과는 백만 분의 일도 관련없어”

― 목사님은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하지만 바깥에서는 진보주의자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아마도 한국 기독교 풍토에서는 다소 파격적이랄만큼 ‘성’(聖)
과 ‘속’(俗)
을 구분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목사님은 비록 정치에 직접 몸을 담지는 않았지만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했구요.

“간단히 설명하지. 도대체 우리가 믿는 것이 하나님인데, 조로아스터교나 마니교는 하나님이 둘이야. 하나는 악을 지배하는 하나님, 하나는 선을 지배하는 하나님. 선을 지배하는 하나님은 영혼을 관장하고 악을 지배하는 하나님은 물질, 세속을 관장하지. 기독교는 유일의 하나님을 믿어요. 이것이 다릅니다. 그러면 천지와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을 믿는 것인데, 그러면 세상에 속이 어디 있고 성이 어디 있느냐. 성이라는 것, 거룩한 것은 성서에 보면 소위 세속 속에서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말구유에서 태어났고 성전이 아니라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어요. 그러니까 가장 거룩한 것은 속된 것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곳이니 거룩한 장소이지만 교회의 울타리는 전세계입니다. 길가에서 풀 한포기를 보더라도 거기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아야지, 그것을 해치는 것은 하나님을 해치는 것입니다. 이원론적 사고는 안됩니다. 나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속되니까 틀렸다 이런 것은 없어요.”

― 그러면 왜 직접 정치를 하지는 않았습니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유혹도 많았잖아요. 국무총리를 맡아달라, 대통령 후보를 맡아달라….

“왜 밖으로만 빙빙 도느냐? 첫째는 자신이 없고, 둘째는 비겁해서 그래. 자신이 없다는 것은 내가 들어가서 정치를 뜯어바꿀 자신이 없다는 것이야. 둘째, 비겁하다는 것은 나는 정치하면 청와대는 못들어가고 아마 서대문 형무소로 갔을 거야. 내 성격에 정치 하면 서대문으로 갈 가능성이 더 많아. 그래서 겁이 나서 못하겠어. 정치는 더러운 것이니까, 속되니까 못하겠다, 나는 이런 것은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다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최우선적인 것을 택해 거기에 집중했지. 내게 정치는 아니다. 나는 세상에 일 때문에 왔다는 신념을 갖고 사는데, 그것은 국회의사당은 아니야.”

― 그런 관점에서 현재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어떤 것입니까?

“한국 교회에서 가장 병든 것이 교회 이기주의야. 교회를 세력화하고, 사람을 많이 모으고, 돈도 벌고, 사업도 많이 하고 이런 경향이 많아요. 세계 전쟁 이후 세계교회협의회가 신학자들을 모아 교회가 무엇이냐 이런 주제로 2년간 연구했는데, 교회는 세상을 위한 존재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교회는 이 세상을 위한 존재이지 교회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예수의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지. 교회를 예수의 몸이라고 믿는데, 예수의 몸은 세상을 위해 죽었는데 교회가 세상을 외면하고 자기들만을 위해 산다면 그것은 예수의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지. 우리나라 교회의 문제는 세상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른다는 것이에요.”

― 요즘 교회 세습 문제로 시끄럽기는 하던데요.

“내가 우리 매스컴에 섭섭한 것이 있어. 교회를 고발하고 그러는 것 내가 변명할 생각은 없어. 그러나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교회는 매스컴에 잘 안나와요. 왜 나쁜 것만 꺼내서 하느냐 이런 얘기야. 내가 볼 때는 참 칭찬받을 만한 교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최일도 목사같은 분은 아직까지 교회를 짓지 않았어. 대광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보고. 있는 돈은 병 못고친 사람 고쳐주고, 굶는 사람 밥먹이는 데 다 쓰잖아요. 나는 그게 진짜 교회다 이것입니다.”

― 목사님 고향이 함경남도 이원군인데 한번 다녀오지 않으시렵니까?

“고향 땅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누님이 지금 88세인데 고향에 생존해 계세요. 정 안되면 단 한시간만이라도 누님을 보고 싶어요. 내가 누님께 가는 방법이 있고, 누님이 평양이나 이런 데로 와서 만나는 방법이 있는데, 내가 누님을 찾아가는 것은 북한이 허락하지 않고, 평양까지는 누님이 올 기력이 없고….”

***“나는 자신없고 비겁해서 정치는 안해”

― 달라이 라마 초청 문제가 불교계를 뛰어넘은 운동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김수환 추기경,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과 함께 달라이 라마 방한 준비위원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 초청 문제에 대해 현정부는 ‘인권’이라는 명분과 ‘외교적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달라이 라마 초청하려고 나 자신도 서신을 여러 차례 보내고 그랬는데 그게 중국하고의 관계 문제라. 중국이 대만을 승인안하는 것처럼 달라이 라마 초청 국가와는 적대관계를 해갖고 외교를 안한다 이런 원칙이 있다면 우리도 승복하지. 달라이 라마가 안가본 나라가 없어요. 일본은 네번이나 다녀갔고 미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녀요. 그런데 중국이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은 뭐라고 않고 왜 한국만 안되느냐 이것입니다. 무슨 옛날의 명나라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얘기지.

전번에 중국 대사관 사람들이 나에게 찾아왔어요. 달라이 라마 초청 문제로 곤란하다는 것이지. 내가 되게 나무랐어. 13억 인구 가진 미래의 대국이 어떻게 그렇게 좀스럽게 구느냐, 달라이 라마가 언제 세계 돌아다니면서 독립시켜 달라고 강연한 적이 있어요? 아니면 중국을 폭격해 망하게 해달라고 한 일 있어요? 절대적인 비폭력주의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인권 원칙에도 맞지 않아. 가는 데마다 평화를 얘기하는 사람 입을 왜 막아야 하나. 그리고 우리가 독립국가인데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 왜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 말이 안되지만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고….

“지난해 아셈(ASEM)
회의만 피하면 올해는 허락하겠다고 그랬거든. 모르지 방한을 허용할지, 안할지. 안하면 정부가 잘못된 거야, 자주국가로서 말이지. 설사 티벳 독립 강연을 한다고 해서 못오게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일제 식민시대에 여운형씨 같은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일본과 외교하는 나라에 가서 독립 강연하지 않았나? 우리는 그래놓고 종교운동하는 분을 왜 못오게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 달라이 라마 오는 것을 막는 정부 사람들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반대할 거야. 그것은 안돼. 그 사람들이 아셈회의가 있으니 중국이 안오면 곤란하니까 그 시기만 피해 달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런 핑계가 있으니까 그것도 맞지는 않지만 이해하더라도. 이제는 정부의 체면이 걸린 문제도 아니고….”

― 목사님께서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세 사람의 공통점으로 ‘지시형·명령형·권위주의형 지도자’라고 규정하고, 김대통령이 늘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김대통령은 어떤 유형의 지도자라고 평가하십니까?

“김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만나 당신이 대통령 되면 남북문제는 좋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젊어서부터 대중경제론을 썼으니까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를 해소시키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랬지. 다만 한가지,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박정희·김대중·김영삼 세 사람의 정치판 싸움이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세사람이 지시형·명령형 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모든 것을 지시하고 명령하고 힘을 거머쥐고 말이지. 성격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내가 이것을 고치라고 했어.”

― 고치라고 했더니 고치던가요?

“우리나라가 크게 세 시기를 거쳤어요. 항일투쟁 지도자, 군사쿠데타 세력, 그리고 민주화운동 세력이 각각 지배하던 시기였지. 김영삼 때부터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권했고. 3김시대는 가급적 빨리 끝나야지. 힘이 수직선으로 내려가면 강압적이 되고 부조리를 낳을 수밖에 없어. 파워는 밑에서부터 올라와야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을 쓰는 지도자는 현재까지 없어.”

***“달라이 라마 방한 막으면 내가 정부를 반대할 거야”

― 지금 슬슬 차기 대선을 향해 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든가요?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을 쓸 지도자감이 있습니까?

“이 시대가 다 지나가고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기본적인 것을 먼저 바꿔야지. 겸허하게 마음을 비우고 밑에서 올라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비워야, 마음의 진공지대가 있어야 바람이 들어와요. 진공지대가 없으면 바람이 안들어와. 모든 의견을 수렴할 줄 알아야 바람이 들어오고 파워가 생기는 것입니다.

파워가 자꾸 흘러들어와야지, 마음을 딱 닫아 놓고 무슨 파워가 생기나?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고 대중의 소리를 듣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내가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10년 뒤에든 8년 뒤에든 그런 사람이 나오면 발벗고 나서서 그 사람 지지하다 죽을 것입니다. 그런데 뒤에 나올 사람들 보아도 희망이 없어요. 그 스트럭처가 굳어진 스트럭처이기 때문에 다음에 나오려고 하는 사람들도 다 비슷해. 내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목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런 형은 안된다, 역사에서 그런 사람이 또 권력을 잡으면 안된다는 얘기지.”

― 사회 원로로서 지금 김대중 대통령께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아까 그 얘기. 이제 마지막 기회다. 지금처럼 딱 거머쥐고 야합정치하는 것 말이지, 자민련하고 야합이지. 어떻게 하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후계자 시키겠다고 하는 사고를 버려라 이것입니다. 대통령도 했고 노벨상도 탔으니 나라만 잘 되면 되겠다, 이런 자세로 국민의 입장에 서면 2년이라는 시간도 짧지 않아요. 이것을 못하면 처음부터 내가 얘기하는데 실패로 끝날 것이 분명해.”

― 목사님께서는 스스로를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로 규정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빈들입니까? 아닙니까?

“빈들이죠, 틀림없는 빈들이죠. 내가 말하는 빈들은 반드시 정치만 갖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권력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는 탐욕적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첫번째 빈들이지. 그 다음에는 어떻게든 떡만 만들어 경제만 올려놓으면 모든 것이 다 잘된다는 경제제일주의, 마지막으로 비합리적인 기복사상과 광신적 선동주의가 판치는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가 빈들이지. 그런 점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어.”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방송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강목사님에 대한 평가가 매우 엇갈렸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김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언급한 뒤 현재 우리 사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가 ‘언론개혁’입니다. 이 사안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내가 김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방송개혁을 맡았지. 내가 우리 방송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어요. 방송의 중립성과 공영성 확보에 중점을 뒀지. 그런데 정부가 이것을 다 뒤집어 버렸어. 지금 내가 만든 법은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법을 정부 스스로 지키지도 않아.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정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장관직을 걸고 뜯어고치겠다고 그래요. 지금 법대로 하면 그것은 방송위원회에서 할 문제이지. 문광부 장관은 아무 권한이 없어요.

문광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 것이 아니라 방송위원회에 취직하면 됩니다.

그리고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서인데, 언론이 치외법권 지대가 되어서는 안돼요. 이제 언론도 거대한 기업체인데 기업 원리에 따라 운영해야지, 언론이라고 특혜를 줘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세습제 문제인데, 언론이 가문 중심의 세습을 하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정부가 하는 언론개혁이 어떤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언론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되지. 증거는 모르겠으나 만일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면 전 국민의 힘으로 규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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