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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설 '쇼!무한탈출' 에 시청자 항의

중앙일보

입력

SBS가 지난 17일 첫 방송을 내보낸 오락프로 '쇼!무한탈출' (토요일 오후 6시)이 선정적 소재와 가학적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방송 후 이틀동안 SBS 시청자 게시판(http://www.sbs.co.kr/tv/opentv)과 방송위원회(http://www.kbc.or.kr)에는 "시청률을 올리려고 선정적인 소재와 내용만 가득 채웠다" 고 비난하는 글이 1천여건 실렸다.

이 프로의 6개 코너 중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대생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주는 '페이스 오프' 코너.

이 코너는 여대생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처리해 시청자의 말초적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하며 시작했다. 그 여대생이 외모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한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이 잠깐 나왔지만 이는 성형수술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이 턱수술을 하는 과정에 깎아낸 턱뼈를 실제로 보여주며 "성형수술을 포기하는 게 어떻겠느냐" 고 묻는 황당한 화면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출연한 여대생이 성형수술을 고집하자 진행자는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라며 의사들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김희선.심은하 등 탤런트의 눈.코.입을 본따 미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의학정보를 주는 것도,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시간에 신선한 웃음을 주지도 못한 이 코너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은 그저 "경악스럽다" 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백만원이 드는 성형수술을 결론으로 유도한 것은 아무리 상업방송이라지만 지상파 방송으로선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남학생과 소위 '날라리' 여학생의 사랑을 그리겠다는 '극적남녀' 코너. 기획의도는 눈물겨운 사랑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벌이 곧 신분이 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대입해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코너도 연예인을 국민가수로 만들겠다며 차력 시범을 보이게 하고, 언행일치를 확인한다며 음식 3백여 그릇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식의 가학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쯤돼면 "최근 주간 시청률 20위권에 두 프로만 포함될 정도로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는 SBS가 선정적인 소재로 '극약처방' 을 내렸다" 는 방송계의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SBS의 해명도 이런 분석과 일맥상통하다.

배철호 책임PD는 "경쟁 프로그램이 많은 시간대여서 첫 방송에 '충격요법' 이 필요했다" 며 "특히 '페이스 오프' 와 '극적 남녀' 코너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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