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 구제역 방지 강제도축 시작

중앙일보

입력

전국에서 구제역 300여건이 발생한 가운데 영국 농무 부는 18일 구제역 바이러스와 접촉했다고 보이는 건강한 양 1천800마리를 강제 도축 했다고 밝혔다.

도축작업은 전염성이 높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된 스코틀랜드 농장 두 곳에서 전날 이뤄졌으며 이와 유사한 예방차원의 도축이 하일랜즈 농장 4곳에서도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축산농가들은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기위해 구제역에 노출됐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감염지역 3km이내 건강한 가축 수만마리를 도축하려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농무부는 농민들의 이같은 불평에도 불구, 예방차원에서 도축을 강행할 계획이다. 닉 브라운 농무부장관은 BBC방송 회견에서 '(도축작업의) 목적은 감염에 노출된 가축들을 들어내려는 데 있다'고 말하고 '모두가 건강한 가축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 가축이 문제가 없는 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장관은 또 일부 농가에서 정부의 강제도축에 반대, 축사앞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의 조치에 저항할 경우 구제역 퇴치는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짐 스커더모어 수석 수의관도 구제역은 잉글랜드는 물론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에서 최소한 304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를 막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구제역은 1967년의 구제역 피해를 웃도는 수준이며 당시 거의 50만 마리가 폐기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영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은 또 오는 5월3일로 예정돼있는 지방의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입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이동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야당인 노동당도 이같은 입장을 고려, 지방선거 연기를 요구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팀 이어 노동당 대변인은 지방선거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구제역 확산 방지노력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블레어 총리가 총선 강행여부를 이번 주중 결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집권 노동당은 현재까지는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며 투표를 연기해야한다는 압력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이클 미처 환경장관도 총선연기는 영국 방문을 계획하는 관광객에게 더욱 겁을 먹게 해 고전중인 국내 관광산업에 더욱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의 경제기업연구센터는 최근까지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한 예상 피해액을 90억 파운드(미화 약 135억 달러)로 추정했다.

유럽연합(EU) 농업장관들은 또 19일 구제역 및 광우병 퇴치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브라운 영국 농무장관은 각국 관계장관들에게 자국의 조치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주 서부 항구도시 얀부에서 구제역 2건이 발생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델라지즈 농무부 장관은 관영 SPA통신과 회견에서 리야드와 메디나, 동부 항구도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10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우디 농무부는 소와 송아지 8마리를 도축, 폐기했으며 농가에는 피해를 보상할 예정이다. 인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도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 150여마리가 도축됐다. 그러나 쿠웨이트 농수산 관리들은 자국내에서는 구제역이 발견되지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구제역 파동이 요르단강 서안까지 이르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예방백신 20만개를 보내는 등 지역내 구제역 퇴치에 공공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6개월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력사태로 제한적인 교류협력을 하고 있는 양측은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히크마트 자이드 팔레스타인 농무장관은 샬롬 시몬 이스라엘 농무장관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런던=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