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RB 금리인하 전망 및 파급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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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0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어느 정도 내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FRB의 금리인하는 미국경제의 위축이나 미국주가의 하락 등 미국내 경제현안은 물론 일본의 금융위기 우려 등에 대한 처방 등 다목적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채전문딜러나 경제분석가들은 상당수가 이번에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짜리 은행간 초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 기준으로 연 5.0%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상황, 즉 성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기업수익은 악화되고 소비 가 위축되는 시점에서 금리가 0.75%포인트는 내려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면 요즘과 같이 거품이 꺼지는 상황은 정상적이며 금리를 0.25%포인트만 낮춰도 괜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국채딜러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25개 기관 중 10개 기관이 0.75%포인트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인플레, 고용, 성장 관련 지표를 감안할 때 금리가 4.75%까지 내려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증시 분석가들은 또 지난주 폭락장세를 보인 뉴욕증시가 이번주에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망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더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슈왑 워싱턴 리서치 그룹의 그레그 밸러리는 세계 금융위기의 재연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에게 FRB가 현재의 상황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0.75%포인트가 인하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FRB에도 역시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는 FRB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분석가는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그런대로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자칫 잘못하면 투자자들에게 '경제가 당초 생각했던 것에 비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혼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룹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루디커 돈부슈 교수는 19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과열됐던 경기가 식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FRB는 공개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현재 5.5%인 금리가 5.25%로 0.25%포인트만 내려도 충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는 여름이면 미국경제를 덮고 있는 짙은 구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경제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4.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미시간 대학 조사로는 소비자신뢰지수가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주택시장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로 미국경제를 어렵게 보고 있는 측은 제조업 관련 지수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수익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성장률이 올해 1.4분기에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일부 분석가들은 게다가 이번주에 금리가 0.75%포인트 인하된다 하더라도 증시의 투자열기가 반짝장세를 보일 뿐 오랜기간 호황세로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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