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눈 부릅뜬 한전 이사들 … 전기료 15%인상 의결 또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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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이사진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놓고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4일 지식경제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을 평균 15%(산업용은 20%) 올리는 방안을 5일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이사회는 4월 13.1%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는 인상률이 너무 높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후 정부와 한전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물밑 조정을 벌였으나 타협안 마련에 실패했다. 한전의 한 비상임이사는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진 만큼 더 높여야 올해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 이사회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집하는 것은 거액의 소송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 소액주주들은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전기 요금 인상 노력이 부족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올 초에는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한전 이사들은 정부의 조정안을 거부하며 고율의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43조2149억원의 매출과 2조99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요금 인상안과 관련해 지경부는 6~7% 인상률을, 기획재정부는 물가 충격을 고려해 5%에 못 미치는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는 현재 넉 달째 2%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올랐다. 이런 물가 상승폭은 2009년 10월의 2.0%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그러나 시내버스(12.0%), 전철(14.0%) 등 일부 공공서비스 요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물가 당국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가뭄과 장마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소맥을 비롯한 일부 국제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15% 인상안을 요청해 온다면 다시 반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20%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늘고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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