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잠재력 보안시장에 전문해커들 총집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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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업체들은 업체간 공동 마케팅, 모의 해킹 등 제품 판매 증대를 위한 직접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가 하면 각종 세미나 및 교육, 무료 서비스 개발 등으로 회사와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간접적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보안업계. 불황의 먹구름이 산업 전 분야를 휘감고 있지만 인터넷 보안분야는 아직 소위 ‘물 좋은 곳’으로 인식될 만큼 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산업협회는 지난 해 보안시장 규모를 3천5백억여원으로 잡고 있다. 이는 99년보다 3백% 이상 신장한 규모다. 올해도 여전히 고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보안업계의 공통된 시각.

오는 7월부터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되면 중앙 행정기관의 장은 반드시 ‘전자적 침해 행위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지정해야 하므로 공공부문의 보안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보다 최고 10배 정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햇빛이 강하면 그만큼 그늘도 짙은 법. 시장에 비해 보안관련 업체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업체간 ‘제살 깎기’식의 경쟁이 심각한 지경이다. 현재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원사는 모두 1백30여 개.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2백여 개 이상의 보안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보안업체들의 대부분은 아주 영세한 수준.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원사 중 자본금 30억원 이하의 업체가 73.7%에 달할 정도다. 따라서 덤핑 등 출혈경쟁은 이미 그 도를 넘고 있다. 게다가 시만텍, 볼티모어, 엔트러스트, 트렌드마이크로 등 유명 해외 보안전문 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갈길 바쁜 국내 보안업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외국 보안업체도 국내시장 공략 강화

이러한 현실을 감안, 국내 보안업체들은 다양한 활동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업체간 공동마케팅, 모의해킹 등 제품 판매 증대를 위한 직접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가 하면 각종 세미나 및 교육, 무료 서비스 개발 등으로 회사와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간접적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보안관제 서비스 전문업체인 사이버패트롤(http://www.cyberpatrol.co.kr)과 보안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 사이버텍홀딩스(http://www.cygertek.co.kr)는 서버 제조업체인 컴팩코리아(http://www.compaq.co.kr)와 지난 5일부터 공동 마케팅 행사에 돌입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3사는 사이버텍홀딩스가 판매하는 방화벽과 침입탐지 시스템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컴팩의 서버와 사이버패트롤 보안관제 서비스를 1∼3개월 동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가격은 1천8백만원부터 2천9백90만원까지 다양하며 프로모션 상품을 구입할 경우 기존 가격보다 최고 45% 싼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공동 마케팅 행사는 올 연말까지 계속된다.

종합보안 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코코넛(http://www.coconut.co.kr)은 모의 해킹 서비스를 개발, 새로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코넛의 전략은 모의 해킹을 통해 자사의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직접 업체들에게 확인시켜 준 후 보안의 필요성을 역설,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모의 해킹이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해커의 입장에서 기업의 전산시스템을 공격하는 것. 이를 통해 기업은 자사 보안시스템이 해커 공격으로부터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 받을 수 있다. 해킹은 전문실력을 가진 코코넛 연구원들이 대신하며 결과는 빠르면 수 시간 내에 의뢰업체에게 통보된다.

모의해킹 결과는 ‘보안상태 허술’

코코넛 유현경 팀장은 “지난 2월 초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20여 개 업체들로부터 모의해킹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유료 사이트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몇 시간 안에 쉽게 뚫리는 등 보안상태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코넛 측은 모의 해킹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방침이다. 인젠(http://www.inzen.com)은 서울 위주의 시장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전국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시작한 ‘인젠 시큐리티 솔루션 페어’는 9일 대구, 12일 부산, 14일 광주, 16일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마련된다. 이 행사는 에이스디자인, 세종정보통신, 정보보안주식회사, 연합I&C 등 지방 소재 업체들과 공동으로 진행되는 것.

향후 이들 지방업체들은 인젠의 제품 유통을 담당할 채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솔루션 페어에서는 ‘보안 위협 요소와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마련되며 인젠에서 개발 보급하고 있는 침입탐지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이루어진다.

인젠 허은경 과장은 “앞으로 지방을 세분화해 광역시 위주로 진행되는 이 행사를 소규모 지방도시에서도 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소홀히 해왔던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 올해를 공격적 마케팅 원년으로 삼는 것이 인젠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텍홀딩스도 보안세미나 개최라는 방식을 통해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이버텍홀딩스가 지난 6일 개최한 보안솔루션 세미나 ‘인터넷 보안21’에는 이스라엘 체크포인트社의 제리 웅거먼 부사장도 참석,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날 “한국 보안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체크포인트사는 앞으로 한국의 우수 기술 보유업체와 공동 기술개발 등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는 ‘국내외 정보보호 산업의 현황 및 향후 전망’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보보호 인프라의 구축 및 기반기술 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보안업체 관계자 등 1천여명이 참석, 보안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입증했다. 사이버텍홀딩스 관계자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보안시장 자체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패트롤은 기업의 정보보안 지수를 측정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 시장 장악에 나섰다. ‘시큐리티 인디케이터’란 이름의 이 서비스는 기업이나 기관의 보안·전산담당자가 사이버패트롤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주어진 질문에 답하면 보안 위험 수준에 따른 보안지수와 해결방안까지 제공해 준다.

질문은 보안정책, 보안교육, 방화벽, 데이터베이스 등 8개 항목 80가지로 구성돼 있고 질문 항목별 중요도는 회사의 사업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질문 항목별로 해당 점수에 체크한 뒤 간단한 확인 사항만 입력하면 질문 항목 및 카테고리별로 현재의 위험 수준을 알 수 있다.

사이버패트롤은 보안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보안시스템을 설계·관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사이버패트롤은 아예 외부인력들을 대상으로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해킹기법과 보안강화 기법 습득과정’을 개설한다.

이번 과정은 해킹 기법 소개 위주로 진행돼온 공격자 관점의 보안교육 방식을 탈피, 해킹 방어를 수행하는 보안 관리자의 관점에서 자사의 시스템 및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사이버패트롤은 정보보호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일단 다음 달 초 위험 분석과 정보보호 체계 과정을 개설하며 일반교육 과정과는 별도로 정보보호 자격증 취득 과정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 시큐아이닷컴(http://www.secui.com)은 보안이 취약한 기업체와 개인들에게 온라인 보안 진단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보안 닥터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시큐아이닷컴이 운영하는 보안 포털 사이트 보안이닷컴 (http://www.boani.com)을 통해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겪는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

특히 이 업체는 지난 2월 12일부터 네트워크 및 시스템의 취약점을 자동으로 진단해 주는 제품인 시큐아이스캔(secuiSCAN) 평가판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제품은 보안이닷컴과 회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설치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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