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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갔다가 3억4천 아파트 공짜로 '횡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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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행사장에서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당첨자가 가려졌다. 추첨자로 나선한 어린이가 눈을 가리고 응모권 100만 장 중 한장을 뽑고 있다. [사진 롯데월드]

지난 1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송파경찰서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즉석에서 선택된 한 어린이가 응모권 100만 장 중 한 장을 뽑았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20·여)씨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학 새내기인 이씨는 이 추첨으로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주인이 됐다. 롯데월드가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한 아파트 경품행사의 1등 당첨자다. 방학이라 친구들과 놀러왔다 응모한 이씨가 받게 될 아파트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롯데캐슬 113㎡(34평) 한 채다.

 ‘통큰 경품’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기업은 경품 바람을 일으키되 비용은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상품 규모는 커지고 행사 진행 방법은 똑똑해진다.

 경품행사의 효과를 보여주는 응모자 수는 투입된 돈에 비례했다. 롯데월드는 3월 기아자동차 ‘레이’ 10대를 증정하는 행사를 벌였다. 한 대 1240만원꼴로 총 1억240만원이 들었고 40만 명이 응모했다. 지난달 아파트 경품에 두 배 이상 비용을 들이자 응모자도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 행사기간의 입장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롯데월드는 올 3월 자동차로 시작해 4월에는 미국 여행권을 내세우는 등 매달 대형 경품을 내걸고 있다. 3월 이동우(52)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 출신으로, 경영지원부문장 상무였던 2009년 우주여행 경품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상공 112㎞ 궤도에서 세 시간 동안 비행하는 상품을 1등 경품으로 내걸었다. 구매를 하지 않고 백화점을 방문만 하면 응모할 수 있는 행사였다. 우주여행 상품은 미국의 한 저가 항공사가 개발 중이었고 가격을 2억5000만원쯤으로 매기고 있었다.

 당첨자는 나왔지만 우주여행은 떠나지 않았다. 당시 당첨자는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우주여행보다 돈으로 달라”고 했다. 결국 백화점은 1억5000만원 상품권을 지급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우주여행 교육비용까지 계산하면 3억원이 훌쩍 넘게 들 수도 있었는데 비용을 많이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거뒀다. 경품 이벤트가 진행되던 2009년 11월 15일 롯데백화점 전국 점포의 하루 매출이 역대 최고인 563억원을 기록한 것.

 같은 해 롯데 계열사 통합포인트 서비스인 ‘롯데멤버스’는 멤버십 가입자 중 1등 한 명을 뽑아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커피의 점포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2등에게 돌아가는 것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권이었다. 당첨자는 나왔으나 점포 위치 선정을 비롯한 세부사항에서 당첨자와 업체 간에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운영권에 걸맞은 1억~2억원 사이 금액을 당첨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 대상은 최근 매출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고객들 구매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경품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마시는 식초 ‘홍초’ 30병에 다이아몬드 0.5캐럿 당첨 표지를 넣었다. 뚜껑 안쪽에 다이아몬드 장식이 있으면 당첨이다. 대상은 현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이아몬드 홍초가 놓여지기를 희망하는 대형마트가 어디인지, 투표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지역별로 ‘홍초’ 잠재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려는 목적이다. 대상은 이달 중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0개 매장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홍초 각 1병씩을 놓고, 나머지 20병은 전국 각지 대형마트에 흩어 놓을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 아이스타일24는 지난달 28일 시작한 경품행사에서 고객이 경품 비키니를 직접 고르도록 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비키니 수영복을 택해 코디 제안을 올려놓는 식으로 응모하게 했다. 쇼핑몰은 12일 총 3명을 뽑아 선택한 비키니를 증정한다. 이벤트를 시작한 후 매출은 평소보다 40% 늘었다.

 경품 이벤트를 기획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식품업체가 구매고객에게 경품으로 줄 자동차를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편의점에는 여행상품을 제공할 여행사를 연결해준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서너 곳의 경품전문 업체가 ‘이벤트 제안’을 들고 찾아온다”며 “상품 중개뿐 아니라 이목을 끌 아이디어 제공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의 수수료는 경품 이벤트 예상수익의 10%가 보통이다.

 경품 행사는 법적 제한을 받는다. 물건을 사야 응모할 수 있는 경품행사는 500만원 이하의 상품을 걸어야 한다. 우주여행이나 아파트 같은 경품은 ‘구매고객’이 아니라 ‘방문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또 ‘경품의 총 합계액이 예상 매출액의 1%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역시 지켜야 한다. 예상매출액은 ‘전년도 하루 평균 매출에 경품 이벤트 기간을 곱한 값’이다. 최근 전자기기업체인 아이리버가 이 한도를 어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요즘은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관련 경품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체로 한국이 거둘 성적을 맞히는 이벤트가 많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기업형수퍼마켓(SSM) 롯데슈퍼는 각각 경차 11대·10대를 내걸었다. 세븐일레븐은 ‘종합순위 7위 이상’, 롯데슈퍼는 ‘금메달 13개 이상’이 됐을 때 추첨을 해 경품을 준다. 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이다. 런던 올림픽에서의 실적이 그만 못하면 경품 행사 자체가 취소된다. 세븐일레븐과 롯데슈퍼는 이 행사를 위해 보험을 들었다. 경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되면 보험금을 타서 경품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최근 그릇·휴대전화 등 실용적인 경품을 주로 내놓는 현대백화점의 이대춘 마케팅 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무조건 크고 특이한 경품을 내세우면 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젠 비용은 줄이고 흥행엔 성공하는 아이디어 싸움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용, 관련 규제, 소비자 호응과 같은 조건의 균형을 맞추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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