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선통신 실용화 의미와 향후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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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실험실에만 머물러 왔던 전력선 통신(PLC)이 마침내 실용화됨으로써 통신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기존 전화선이나 광통신케이블을 깔지 않고도 전기플러그만 꽂으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이는 멀지 않아 전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전력선이 전기 뿐만 아니라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통합전송하는 통신선의역할까지 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화는 전세계 인구의 13%에게만 보급돼 있지만 전기는 85%를 넘는 비율로 보급돼있어 전세계 정보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전력선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되고 있어국내는 물론 세계 통신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전력선 통신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 어떤 기대효과 있나=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전화선보다 싼값으로 1Mbps∼10Mbps급 초고속 통신망을 즐길 수 있게된다.

현재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광통신케이블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서비스 설치비용의 60-70%에 불과한데다회선 사용료를 거의 낼 필요가 없어 소비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여기에홈 네트워킹과 홈 오토메이션의 실용화가 크게 앞당겨진다는 점을 기대해볼 수 있다.

홈 네트워킹 기술이 보편화하기 위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배선이 손쉬워야 한다는 점. 따라서 전력선 통신이 실용화될 경우 별도의 배선공사 없이 기존 가정에 깔려있는 전력선을 그대로 이용해 홈네트워킹을 구현할 수 있게된다.

실제로 서초동시범마을 시연회에서는 귀가전 인터넷을 통해 집의 에어컨을 켜고 안방과 건넌방간 PC를 상호연결, 가족끼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반 사업장의 경우도 빌딩 내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근거리통신망(LAN)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없어진다.

국가적으로는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화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초고속통신 기간망은 거의 구축 돼있지만 수용가까지 직접 연결되는 가입자망은 아직까지 부족해 농어촌이나 도서벽지는 정보화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1천904만명이나 초고속통신 가입자는 426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번 기술개발로 비메모리 반도체분야, 단말기 분야, 디지털 가전 등 관련 산업전반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및 수입대체 효과는 향후 5년간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서울대 자동화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밖에 계량기 원격검침, 인터넷 빌링(Billing),직접부하제어, 송배전선로 자동감시 등 전력산업의 IT(정보기술)화가 촉진될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 향후 과제 = 우리나라의 전력선 통신 기술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평가되고 있지만 상용화에 앞서 풀어야할 과제가 적잖다.

우선 전력선의 통신특성이열악한 탓에 ▲전동기 전기제품 사용으로 인한 잡신호 ▲원거리 통신 등으로 인한신호감쇄 ▲전기제품 가동.정지에 따른 신호왜곡 현상이 문제다. 또 기존의 모터제품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는 단점도 거론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그간 고난도 기술개발로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일반가정에서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만들었다"며 "앞으로 현장 실증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술적 난점을 완벽히 극복해 신뢰성을 얻지 못한다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통신속도도 상용 ADSL급인 10Mbps로 까지 끌어올려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있다. 모뎀 개발업체인 젤라인은 상반기중으로 2Mbps, 하반기중으로 10Mbps급 모뎀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해외 선진국업체들의 견제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의 인텔론.엔키아,독일의 지멘스, 스위스 아스콤 등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홈플러그인'', `PLC포럼''이 구성되는 등 기술선점 차원의 국제표준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응차원에서 일본, 중국과 전력선포럼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도면에서는 현재 450㎑ 미만의 주파수로 제한하고 있는 전파법(72조)의개정이 필요해 정통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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