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작영화 '아리랑'과 나운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급물살을 탔던 남북 문화교류가 요즘 뜸한 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다소 혼란스러운 요즘의 대북 관계에서 문화교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영화의 개척자로 꼽히는 춘사 나운규(1902~37)에 관한 최근의 두 가지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면….

① 영화 '아리랑' 공동제작〓 지난해 10월 중순 통일부가 나운규의 일생을 그릴 예정인 영화 '아리랑' (가제)의 제작을 승인했다. 최초의 남북합작 영화가 탄생할 계기가 마련된 것.

제작자인 NS21은 북한 아태위원회측과 이미 제작을 합의했던 터라 올 3월쯤엔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리랑' 은 제자리걸음. 지난해 이후 양측의 연락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올해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NS21은 "인내심을 갖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

② 나운규에 대한 남북한 평가〓 영화평론가 조희문(상명대)교수는 '영화연구' 최근호에서 나운규에 대한 남북의 연구성과를 비교했다. 일제시대부터 최근까지를 훑으며 나운규를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을 소개했다.

나운규에 대한 남북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기는 처음이다. 반가운 점은 남북 모두 최근 나운규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려 했다는 것. '일제에 저항한 민족주의자' (남한), '계급투쟁을 고무한 혁명가' (북한)란 신화적 해석에서 탈피, 여러 사료를 토대로 나운규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정 분야에 대한 남북의 자료교환과 공동연구. 양측의 공감대 확대가 문화교류의 참뜻이라고 볼 때 일회성 공연.전시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대립했던 양측의 시각 좁히기가 아닐까. 경우에 따라 영화 한 편보다 논문 한 편이 소중할 수 있는 것. 나운규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찾기 나름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