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부지사 '비방' 네티즌 과연 처벌될까

중앙일보

입력

현직 경남도 부지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상에 오른글을 문제삼아 익명의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진정한 사건을 경찰에서 본격 수사에 나서자 수사의 결과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파괴력이 엄청난 여론 매체로 등장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익명의 네티즌을 수사의뢰한 것 자체가 드문 사례인데다 홈페이지개설자가 공직사회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직장협의회여서 수사 전개에 따라 엄청난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덕영(李德英.54) 부지사는 지난 8일 "본인이 모 식당에서 식사한 것을 놓고 ''시민조로'' 등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그 자리서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묘사한 글을 올려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남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즉각 이부지사를 소환조사한데 이어 서울의 홈페이지 서버 운영업체를방문해 글을 올린 네티즌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부지사가 조사과정에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으므로 경찰 입장으로선글을 올린 네티즌을 찾아내 조사한 다음 식당 여종업원 조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2년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이하 벌금''이며 허위로 명예를 훼손하면 ''5년이하 징역에 10년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 벌금''으로 대체로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태가 심상찮게 전개되자 도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못하고 있고 도 직협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이 이 사안을 놓고 노골적인 비난전을이어가는가 하면 나름대로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노조의 전단계인 직장협의회연합(경공련) 체제로 재편한 경남지역공무원연구회(경공연)은 "성과상여금과 연금 문제, 노조전환 문제 등 일이 산적해 있는데 이번 문제가 돌출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경공련의 핵심이자 본부 역할을 하고 있는 도 직협은 "직협 홈페이지에는 수십년간 눌려 오던 공무원들의 의견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홈페이지 운영상 보완해나가야할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공간에 시민이든 공무원이든 누군가가 올린 글에 대해 우리가 사과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어쨌든 경공련측은 이번 사건으로 홈페이지를 이용한 특정 네티즌이 처벌받을경우 전국 직협 홈페이지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도내는 물론 전국의 직협에서 도 직협의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홈페이지에빨리 올리라고 종용하고 있으나 입장 정리가 쉽지 않고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것도 현실이다.

이에따라 일부 도의원을 비롯해 이번 사안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양쪽의입장을 조율하며 절충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핵심은 과연 부지사가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야한다''는 일부의 주장처럼 처벌의사를 고수할 것인가 여부다.

경찰은 I.P가 중복 사용되는 경우나 서버 관리업체가 용량부족으로 내용을 저장하지 않았을 때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네티즌의 신분을 확인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지사는 이에대해 "큰 걱정 안해도 된다. 잘 해결될 것"이라면서도 "누가 글을 썼는지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으며 진상이라도 반드시 밝혀내야할 것"이라고말해 ''반의사 불벌죄''임을 감안, 진상규명 후 처벌의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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