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연지기 캠프’ 친구관계 멘토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연지기 캠프 멘토들이 경험담을 나누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장동수·나운아·고병수·선동협·정하영씨.

수험생에게 친구는 ‘양날의 검’과 같다. 든든한 지원군일 수 도 있지만 때론 족쇄도 된다. 이성친구는 더 큰 고민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에 서로에 대한 기대와 감정이 변하기도 한다. 좋은 결과를 얻은 후 만나고 싶지만, 상처가 될까 조심스럽다. 호연지기 캠프 멘토들이 해결방법을 조언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서먹해질까 봐 걱정입니다” 선동협(서울대 사범대 3)씨는 한 멘토링 캠프에서 만난 고교생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아이들이 씁쓸하게 공감을 하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병수(연세대 상경계열 2)씨도 한 때는 그 같은 고민에 힘들어했다. “고3 시절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이제 공부에 힘쓰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들도 이해는 했지만 서먹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은 더 큰 어려움이다. “여학생들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관계가 한번 틀어지면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어요.” 나운아(여·연세대 경영학과 2)씨는 “모든 감정이 친구에게 실리는 여학생의 특성상 관계가 소홀해지면 성적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학업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밀접하다.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공부도 신바람 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멘토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친구는 경쟁자이자 단점 보완하는 조력자

“나는 그들에게 어떤 친구였는지를 고민해 봤으면 해요” 선씨는 “내가 좋은 친구였다면 공부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제 친구들은 공부를 하겠다는 저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고 응원을 해줬어요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고씨는 “공부와 친구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법을 학교 안에서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체육시간과 식사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서 어울렸다. 나머지 시간은 공부에 집중했다. 나씨는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동수(서울대 에너지 지원학과 2)씨의 경험담은 독특하다. 친구를 경쟁자가 아닌 교사로 삼았다. “노력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전교 5등까지의 친구들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하는지 관찰했어요 그랬더니 반성해야 할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그 친구들 덕분에 제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고 회상했다. 정하영(여·연세대 법학부 4)씨는 “또래문화에서 자유로울 없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구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친구에 대학 가 다시 만나자 제안

“이성친구가 있다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정씨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하지만 수험생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동성친구와 다르게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들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고민하던 그는 남자친구에게 “서로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니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무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친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나약하다거나,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말로 다그쳐서는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 이들 멘토들은 “친구가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학업환경”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