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상득 수사, ‘만사형통’ 구조 파헤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실세 중 실세로 꼽혀온 그에 대한 수사로 이 대통령이 자신했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은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한국 정치권, 특히 권부(權府) 내부의 부패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망과 교훈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이 전 의원을 다음 달 3일 소환한다고 밝혔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에게서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다. ‘대통령의 멘토’라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王)차관’이라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어 현 정부의 3대 실세가 모두 검찰청 조사실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정부 인사 등에 깊이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이나 ‘영일대군’이란 비판이 제기됐고, 장롱에 보관해 왔다는 의문의 7억원 등 숱한 의혹이 뒤따라 불거졌다. 문제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이전 정부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차남 현철씨가, 김대중 대통령 때는 차남 홍업·삼남 홍걸씨가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형(건평씨)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채 오늘의 검찰 수사에 이른 까닭은 무엇인가. 그 원인은 작동하지 않는 감시·견제 장치와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에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은 물론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도 이 전 의원과 그 주변 인물들 앞에만 서면 무기력했다. 대통령 형제와 가까운 인사로 채워진 사정(司正) 라인에 ‘법 앞에 평등한 사정’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 결과 권력 내부에는 관대했고, 외부엔 가혹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같은 비선 라인을 동원해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을 법한 ‘대통령에 대한 일심(一心) 충성’에 열을 올렸다. 민간인 사찰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에게 친인척 문제와 부패 척결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었던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친인척에서 시작된 도덕성 해이는 정권의 대동맥을 타고 말단의 모세혈관까지 흘러갔다. 부패를 조장한 또 하나의 축은 검은돈이었다.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임석 회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여야 정치인을 둘러싼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로 수사 범위를 조정하려 한다면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나설 정치인들은 친인척 관리와 부패에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이 준 권력으로 분탕질을 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그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