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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한은 ‘가계빚 네 탓’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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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제윤(左), 김준일(右)

가계 부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는데 금융 당국 수장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이 느슨하다며 날 선 지적을 하고 있다. 한은은 이에 맞서 재정을 넉넉히 풀지 않는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포문을 연 건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이다. 19일 한 정책세미나에서 “통화량 증가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통화 정책은 통화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는 때인 만큼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에 실기(失期)했다고 정부가 비판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한은 부총재보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21일 여의도연구소 주최의 토론회에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통화 정책에 간섭 말고 재정 정책이나 잘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25일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한은을 조준했다. 그는 간부회의에서 “한은과 정부의 협력이 없으면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한은이 금리를 안 올리는 바람에 가계 부채가 늘고 있다’는 질타인 셈이다. 한은 측은 “정권 말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발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 정책만 잘한다고 가계 부채가 잡히느냐. 지난 정권 말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이 통화 정책 때문이라고 몰고 가더니 이번에 또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 위기, 가계 부채, 선거철 노사 갈등 등 악재가 산적해 경제 수장들이 똘똘 뭉쳐도 힘들 판국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나 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는 한은의 금리 정책과 금융위의 양적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일어난 합작품”이라며 “책임 따지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대책부터 찾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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