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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2세.벤처 CEO '서로 배우기' 21명 모임

중앙일보

입력

목요일이었던 지난달 22일 오후 7시 서울 논현동 미성빌딩 4층의 30평 남짓한 회의실. 유명 대기업.벤처기업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14명이 차례로 모여 들었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운 뒤 8시부터 전문가 초빙 강연과 신생 벤처업체 대표의 투자설명회가 진행됐다. 강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 미국의 다국적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컴퍼니의 베르트랑 프앙토 한국지사장이 연사로 나왔다.

참석자들간에 난상토론이 이어진 끝에 자정이 돼서야 참석자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요즘 서울 강남 벤처타운에는 매주 목요일 열리는 이 이색 모임이 화제다. 21명의 구성원이 하나같이 재계와 벤처업계의 유명인사들인 데다 회합 방식 또한 독특하기 때문.

이들 21명은 지난해 9월 각자 2억원씩 모두 42억원을 출자해 브이소사이어티(http://www.vsociety.co.kr)라는 벤처 종합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그러면서 ''브이소사이어티 목요 포럼'' 이란 이름으로 매주 모이기 시작한지 반년이 됐다.

주주회원들은 40세 전후의 대기업 2세 경영인이나 벤처 사장들이다. 대기업에선 최태원 SK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신동빈 롯데 부회장.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찬진 드림위즈, 변대규 휴맥스, 박규헌 이네트, 박창기 팍스넷 사장 등 간판급 벤처 스타들이 포진했다.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은 "벤처기업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유연함이 대기업의 공고한 네트워크.기획력과 결합될 때 우리 경제가 비로소 활력을 되찾고 전진할 수 있다" 고 모임 취지를 설명했다. 변대규 사장은 "브이소사이어티와 목요포럼은 제휴.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벤처" 라고 자부했다.

브이소사이어티의 이형승(38) 대표는 "대기업 회원들은 벤처기업의 돌파력과 제품.서비스 개발의 효율성에 놀라고, 벤처 사장들은 조직관리.보상체계의 필요성 등 회사 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고 전했다.

목요 포럼은 기말시험만 없다 뿐이지 여느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 못지 않게 빡빡하다.

각계 권위자들을 엄선해 초청 강연을 듣는 것은 물론,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연구해 돌아가며 직접 발표를 한다.

지난해 9월 21일 첫 발표 주제는 ''한국 포털 사이트의 생존과 진화'' 였다. 최태원 회장, 이홍순 부회장, 이찬진 사장, 이재웅 사장이 30분씩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몽규 회장은 "중후장대 산업에서만 일해 오면서 요즘처럼 막막해 본 적은 없었다" 면서 "세상의 눈부신 변화를 따라 잡고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좌표를 설정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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