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성고 50기, 동기 위한 특별한 음악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1957년 서울 혜화동 보성고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닌 소년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웃음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두발 규정도, 명찰을 꼭 달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까까머리로 다닐 때 귀를 덮는 머리카락을 날리며 공을 찼다. 하지만 1919년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학교답게 애국 정신을 강조하는 학풍은 강했다. 동기별로 특징이 다 있지만, 1960년 졸업한 50기 280명은 지금도 연말 정기총회 때면 양복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애국가 4절을 모두 부른다.

 올해 70세가 된 그들이 29일 서울 바로크챔버홀에서 특별한 음악회를 준비했다. 임진강에서 북한군 침투를 막다가 부상한 동기 유호철(사진)씨를 위해서다. 유씨는 졸업 후 육군사관학교로 진학해 1사단 수색중대원으로 활동했다. 1971년 임진강 하구를 수색하다 총상을 입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유씨는 “두 다리가 잘려나갈뻔 했지만 부대원들의 간호로 생명을 건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시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가 여전히 불편하다. 오른쪽 발엔 특수화를 신고 있다. 예비군 중대 서무, 공장 안전관리원, 유통회사 직원 등을 거친 유씨는 10년 전부터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

 ‘특별한 음악회’는 서울 바로크합주단의 홍순구 이사가 기획하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성금을 내 마련된다. 홍순구 이사는 “젊어서는 각자 살기 바빠서 마음이 있어도 위로해주지 못했다”며 “이제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동기를 빛 낼 때가 왔다”고 말했다.

 보성고 50기의 상징은 ‘기러기’다. 동기회 관계자는 “선두에 선 기러기가 총에 맞아 떨어져도 동료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의리’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