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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주목 받았던 신인들(10) - 96년(1)

중앙일보

입력

96 시즌을 앞두고 재계 공룡 현대가 마침내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며 현대 유니콘스를 창단 새로이 프로야구 무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미 94년에 아마구단 현대피닉스를 창단하며 아마의 대어급 선수들을 싹슬이 스카우트 하며 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혹을 받았었는데 예상대로 해태 연고권의 아마 최대어 였던 박재홍을 팀내의 최상덕과 맞바꾸면서 의도했던 전력보강을 이루게 된다.

1. 신인 선수들의 몸값 폭등 현상

96시즌 신인계약이 이루어지기 전만 해도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은 95년 심재학이 LG입단 당시 받았던 2억 1천만원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사이에 최고 계약금이 두배 이상으로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조성민,임선동 같은 대형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거나 해외 진출을 시도하게 되고 또한 아마팀 현대 피닉스가 고액의 몸값에 아마의 대어급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면서 빚어지게 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력에 비해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계약금을 지불하면서 이른바 '먹튀' 신인들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같은 과열현상은 LG가 1차지명 신인 이정길(배재고-연세대)에게 연봉포함 4억원에 전격 입단시킨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LG는 신인 최대어 중의 한명으로 꼽히던 대형투수 임선동(휘문고-연세대)을 영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임선동은 일본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완강하게 버티면서 LG입단을 거부한다. 결국 임선동은 현대 피닉스로 입단하며 일본진출을 타진하게 되었고 끝내 임선동 영입에 실패한 LG는 '꿩대신 닭'의 심정으로 신인 1차지명에서 이정길을 전격적으로 지명하게 된다.

이정길은 연세대 당시에도 임선동에 가려 출장한 기회가 적었을 만큼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선수였다. 실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신인에게 과감히 4억원을 투자한 LG는 신인 몸값을 필요이상으로 과열시킨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는데 이는 결국 신인들의 계약금 인플레 현상을 초래하고 만다.

경남상고 - 한양대를 거친 국가대표 출신의 좌완투수 차명주는 무려 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롯데에 입단하며 이정길의 계약금을 가뿐히 넘어선다.

94,95년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팀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삼성은 투수력 강화의 명분아래 3명의 신인투수들으 데려오는데 10억원 이상을 과감하게 투자한다.

마산고를 졸업하고 중앙대를 중퇴하고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던 우완 정통파 투수 최창양을 5억원의 계약금을 주고 역수입하게 되는데 최창양은 프로야구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역수입된 선수 1호로 등록하게 되었다.

또한 우완투수 최재호(경북고-계명대)와 좌완투수 전병호(대구상고-영남대)를 각각 3억원에 입단시키며 삼성은 투수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외에도 LG의 2차지명 선수였던 투수 손혁(공주고-고려대)도 95년의 심재학의 계약금보다 많은 2억 5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면서 신인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 현상은 절정에 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적표는 어떠했는가? 과연 구단이 투자한 보람을 느꼈을까? 일단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

LG에 입단한 신인들중 최고 계약금을 받았던 이정길은 어깨부상으로 단 한경기도 출장하지 못한채 시즌을 마감하게 되고 그후에도 단 1승밖에 건지지 못한채 은퇴하고 만다. 결국 4억원짜리 부도선수가 발생한 꼴이 되고 만것이다.

국가대표 좌완에이스로 명성을 날렸던 차명주 역시 5억원이라는 계약금이 무색해질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는데 그가 입단 첫 해
받아든 성적표는 46이닝에 2승 5패 8세이브 방어율 7.43이었다.주형광과 더불어 좌완 에이스로 활약해 줄 것이라 믿었던 차명주의 부진은 롯데의 전력에 크나큰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삼성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최창양 역시 126이닝에 6승 10패 방어율 3.86 이라는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마는데 계속해서 성장해 줄것이라는 구단의 기대와는 달리 잦은 부상으로 인해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여전히 '미완의 대기'에 머물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전병호도 방어율(2.65)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이기는 투구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108 2/3 이닝에 4승 7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그나마 최재호 만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팀내 최다승인 9승(5패)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제몫을 해낸다.

이정길과 더불어 팀의 투수진에 한몫을 해낼거라 기대를 받았던 손혁 역시 1승 만을 올린채 시즌을 마감하는데 이들의 부진은 결국 팀내 투수진의 세대교체 실패와 맞물리면서 93,94,95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올랐던 LG는 단숨에 7위로 추락함과 동시에 이광환 감독이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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