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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 팔아 23억 기부 노량진 할머니 … 아프리카 봉사 134㎝ 척추장애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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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양선씨(左), 김해영씨(右)

“아휴. 그냥 조금 기부한 건데 상을 준다니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제2회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유양선(79·여)씨. 축하인사를 건네자 연신 “상 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젓갈장사를 하는 유씨는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37년 간 모은 재산 23억원을 장학금과 도서 등으로 학교와 불우이웃 등에게 기부해 온 때문이다. 유씨는 고향 충남 서산의 한서대학에 19억4000만원을 기부했다. 한서대는 ‘유양선 장학회’를 설립해 이를 기렸다.

 유씨의 기부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산골학교에 책을 기증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친정부모님이 ‘남한테 받기보다는 주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다”며 “내가 초등학교만 겨우 마쳐서 그런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 유씨의 고민은 ‘젓갈이 예전 만큼 안 팔린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서 수입이 부쩍 줄었다. 그는 “국민들이 상을 주셨으니 더 많이 기부해야 하는데 젓갈이 안 팔려서 큰 일”이라며 “이 상이 부지런히 젓갈을 팔아 기부 더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장사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유씨를 비롯, 모두 24명의 국민추천포상자(국민훈장 2명, 국민포장 8명, 대통령표창 8명, 총리표창 6명)를 선정했다.

국민추천포상은 말 그대로 국민들이 추천한 공로자들을 정부가 심사해 포상하는 제도다. 처음 도입된 지난해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 등 24명이 받았다.

 이날 포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에 희망과 감동의 미담을 전한 주인공들이다.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김해영(47·여)씨는 척추장애로 134㎝의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거인’으로 불린다. 1985년 세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편물부문에서 1위를 한 후 14년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편물기술을 전수했다. 또 1994~2000년에는 폐교 위기에 처한 현지 직업학교 교장을 맡아 학교를 운영해 왔다. 김씨는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표격으로 상을 받는 것 같다”며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전하라는 의미로 주는 상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순국용사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69)씨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씨는 유족 보상금 가운데 1억원을 방위성금으로 기부했다. 포상 수여 행사는 7월 초 열릴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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