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옥 부서졌어도 탈옥 안 한 원칙주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무르시

무함마드 무르시(61)의 당선으로 이집트에 첫 이슬람주의자 대통령이 탄생했다. 무르시는 개인적으로는 이슬람 율법과 원리를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다. 하지만 정책면에서는 여성 인권 향상, 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 유지 등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입장을 보인다.

 무르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슬람만이 해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수감됐는데, 민중 봉기로 교도소가 부서져 다른 수감자들이 도망칠 때도 “먼저 이 체포가 정당한 것인지 법적인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며 감방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텼을 정도로 법치와 원칙을 중시한다. 1951년 이집트 북부에 있는 샤르키아에서 태어난 그는 카이로대에서 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땄다. 박사학위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서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 캠퍼스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85년 이집트로 돌아와 자가지그대 교수로 근무했다.

 91년 무슬림형제단에 몸담은 그는 2000~2005년 의회에 입성해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무슬림형제단 지도소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무슬림형제단이 자유정의당을 창당한 뒤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념적으로 올곧고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무르시를 형제단 지도부가 높이 평가한 결과였다.

 무르시가 처음부터 무슬림형제단의 대선 후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당초 형제단은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카이라트 샤티르(61)를 후보로 냈지만, 테러 지원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돼 후보 자격이 박탈됐다. 뒤늦게 대선 판에 뛰어든 무르시는 선거운동 초반 여론조사에서 중위권에 머물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카리스마와 지도력 부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형제단의 절대적 지지로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집트 언론들은 그를 ‘역사의 우연’이라고 부르곤 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