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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혈압약 잘못 먹었다간 男가슴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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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이 배출한 가수 겸 탤런트 손진영씨가 탈모 때문에 여성호르몬을 복용한다고 고백해 화제다.
더 놀라운 것은 약을 복용하면서 여성처럼 가슴이 튀어나온다고 말한 점이다. 젊은 남자에게 탈모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손진영씨는 “실제 나이는 만 26세인데 사람들이 40세까지도 본다”고 하니 탈모 치료가 꼭 필요할 것이다. 그가 복용 중인 약물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여성호르몬이 아니고 피나스테라이드(1mg 제제)일 것으로 보인다. 남성 대머리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피나스테라이드는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더 강력한 남성호르몬인 DHT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해 남성형 대머리를 예방하고 치료한다. 2년 복용하면 3명 중 2명은 탈모가 개선되고, 나머지 1명은 최소한 더 이상 탈모가 진행되지 않게 된다. 겨우 1% 정도만 탈모가 된다고 한다. 머리카락 수로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복용 6~12개월 후에는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머리카락 숫자가 9% 더 많고, 4년 뒤에는 24%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같은 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이지만 5mg 제형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쓰이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여성형 유방이 가끔 보고된다. 그러나 탈모 치료에 쓰이는 1mg 용량은 여성형 유방이 나타나는 빈도가 1000명당 5명꼴로 드물다. 양쪽 혹은 한쪽 유방이 커지는 현상이 드물지만 생기는 것이다. 아마도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지 못하고 넘치게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간이나 고환, 말초혈액 등에서 일부 여성호르몬으로 변하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약물에 의해 여성형 유방이 생긴 경우에는 투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2개월 이내에, 길게는 10개월 이내에 유방의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성형 유방은 신생아기에는 남아의 60~90%가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의심쩍은 분들은 출생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시길 바란다. 이는 자궁 속에 있으면서 어머니의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고 태어나기 때문인데, 대개 2~3주 후면 유방의 크기도 작아지게 된다.

사춘기에는 남자의 70% 정도가 여성형 유방을 보인다. 10세에서 12세에 가장 두드러지는데, 대개 2년 내에 없어지게 된다. 이는 여성호르몬 분비는 성인 수준으로 올라가지만 남성호르몬 분비가 늦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간혹 사춘기 때의 여성형 유방이 성인이 되어도 지속되는 분들이 있다. 또 50세 이후 남성의 25~65% 정도에서 여성형 유방을 보인다. 나이가 들면 몸에 지방이 늘어나는데, 이 지방을 원료로 여성호르몬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남성호르몬 분비는 감소하기 때문에 여성형 유방이 노인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물론 고환의 이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을 때나, 갑상샘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증, 간경화 같은 질환이 있을 때도 여성형 유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생리적인 혹은 병적인 원인 말고도 피나스테라이드처럼 약물에 의해 일시적으로 여성형 유방이 생기는 경우가 전체 여성형 유방의 10~2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멕소롱 같은 소화제(위장관 운동 촉진제), 시메티딘 같은 제산제, 일부 혈압약, 진균제(곰팡이 치료제) 일부, 그리고 각종 안정제나 수면제가 여성형 유방을 유발할 수 있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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