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노무현 방식으론 대선 못 이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손학규 민주통합당 전 대표가 21일 모교인 서울 시흥초등학교를 찾아 세면대가 없는 화장실을 둘러본 뒤 손을 씻고 있다. 왼쪽은 정보헌 교장(사진 왼쪽). [김형수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오른쪽)이 21일 광주광역시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손소독제를 뿌려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문재인 불가론’을 제기했다. 손 고문은 21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방법으로 두 번 이길 순 없기 때문”이라면서다.

 ‘같은 방법’이란 ‘노무현 컨셉트’를 뜻했다. 그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때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더 많은 표를 끌고 와야 이긴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선 수도권에 널리 퍼진 중간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대통령과 비서는 다르다.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참모가 어떻게 같은 얘길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 고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당내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은 문 고문과 대립각을 세워 전선을 뚜렷이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선 “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민주당의 미래 지도자로 키워야 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면 공격은 자제했지만 자기 상대가 아닌 ‘차차기 주자’ 이미지를 심어놓으려 했다.

 손 고문의 공격에 대해 문 고문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 고문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광주·전남 지역 ‘경청 투어’에 나선 문 고문은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과정에서 별별 얘기들이 나올 텐데 그런 얘기(반박)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김경수 공보특보는 “국민은 새롭고 다른 정치를 원한다. 국민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건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역공했다. 문 고문은 이틀째 호남에 머물며 호남에 대한 ‘구애’를 계속했다. 새벽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곰탕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뒤 노인복지센터에서 점심 배식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했다. 1978년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던 해남 대흥사 마을도 찾았다.

 문 고문과 가까운 문성근 전 대표대행은 20일 김두관 경남지사를 향해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뛰어들어라”고 주문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김두관 지사, 지사직 유지+대선 경선 출마에 한 표. 초선 지사로 임기 중 사퇴에 대해 경남도민께서 불편해하실 가능성이 있으나 후보 확정 후 사임이라면 더 큰일을 할 후보로서 사임을 양해해주실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지사직 유지 문제는 김 지사의 현안 중 하나다.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 ‘대권 도전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버리면 임기를 지키겠다는 선거 때 약속을 위반한 사실이 부각될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문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이 건드리고 나선 셈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쟁의 초반 구도가 손 고문은 문 고문을 직격하고, 문 고문 측은 지지기반이 겹치는 데다 잠재력 있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김 지사를 견제하는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21일 정세균 상임고문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혀 민주통합당 경선은 ‘4파전’ 구도로 접어들었다. 정 고문은 이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국민에게 충분히 검증할 기회를 드려야한다”며 조기 등판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은 경험과 지식, 경륜이 있어야 가능하지 자질만으론 부족하다”면서 “경제를 알고 정치를 아는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호남 후보 필패론’에 대해선 “15년 묵은 그런 주장과 단호히 싸울 거다. 능력만 있으면 독도 출신인들 어떠냐”고 반문했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