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그리스 구출 특명 … 사마라스 내각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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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정당으로 구성된 그리스 연립정부의 총리가 된 안도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왼쪽)가 20일(현지시간) 아테네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 도중 그리스 정교회의 이에로니모스 총주교와 이
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테네 로이터=뉴시스]

20일(현지시간) 그리스 새 총리에 취임한 안도니스 사마라스(61) 신민당 당수는 고집쟁이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외무장관으로 있던 1992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정부 사이에 외교분쟁이 붙었다. 사마라스는 그리스 북부지방 지명으로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왕국인 마케도니아를 신생국가가 국가명으로 사용하는 데 극력 반대했다. 사마라스 장관이 끝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맞서는 바람에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끌던 신민당 정권은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탈당해 ‘정치의 봄’당을 창당한 그는 이후 10년 이상 그리스 정치무대에서 잊혀졌다. 2004년 신민당에 복당한 그는 3년 전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딸인 도라 바코야니스를 물리치고 당수가 됐다.

 ‘고집불통’이 트레이드 마크인 사마라스가 그리스를 재정위기의 깊은 수렁에서 구제해 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지난 8개월 사이 세 번째 총리가 된 그의 앞에는 경제회복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먼저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재협상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내야 한다. 그리스는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2014년까지 GDP의 5%인 115억 유로를 절감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선 공공부문 일자리 15만 개를 줄이고 연금과 임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사마라스 정권은 EU지도자들에게 긴축 목표 기한을 2016년까지 2년 더 늘리고 내용도 완화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초청으로 사마라스는 곧 베를린을 방문해 재협상을 타진할 예정이다. 새 정부 재무장관에는 아테네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바실리스 라파노스(65) 그리스내셔널뱅크(NBG) 총재가 임명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사마라스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부유한 그리스계 상인의 가문에서 태어난 경제전문가다. 미국 애머스트대와 하버드대에서 경제·경영학을 전공했다. 사마라스는 77년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의원이 됐으며 재무·외무·문화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증조할머니 페넬로페 델타는 그리스가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자 자살한 유명한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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