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리던 면소재 제품, 미국 수출 61%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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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동차 콘덴서 전문 제조업체 효승은 최근 미국 바이어와 400만 달러(약 45억원)의 수주 계약을 했다. 이는 예년의 네 배에 달하는 계약 규모다. 결함이 잦은 중국산에 실망한 미국 바이어가 한국산 제품에 붙던 5.6%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국산 콘덴서는 올 1∼4월 대미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배 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한 지 100일이 지나면서 한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이 가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 국제비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89%를 기록하며 3%에 근접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고치다.

 같은 시기 일본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39%를 기록하며 한국과 차이가 3.49%포인트로 좁혀졌다. 일본과 한국의 점유율 격차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와 함께 올 2월 4.68%포인트까지 벌어졌었다. 오상봉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일본과 점유율 격차가 좁혀진 가장 큰 이유는 한·미 FTA 발효 효과로 보인다”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한·미 FTA 발효로 우리 제품의 미국시장 내 경쟁력이 제고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면서 동시에 대만과 점유율 차이는 1.12%포인트로 벌어졌다. 2009년 이래 최대 격차다.

 한국 제품의 미국 수출 증대는 중소기업의 활약이 크다. KOTRA가 미국 소재 무역관을 통해 자동차 부품과 섬유 등 15대 품목을 조사한 결과다.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올 1∼4월 기어류의 대미 수출은 예년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었다.

 이제까지 저가의 중국·베트남 제품에 밀려 마이너스 성장세를 면치 못하던 섬유·의류 수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FTA 발효로 11.5% 관세가 철폐된 면 소재 제품의 대미 수출은 발효 전에 비해 61%, 14.9%의 관세가 사라진 인조섬유 제품은 58% 늘었다. 국내와 인도네시아에서 의류를 생산해 9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누리안 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인 수혜 업체다. FTA 발효를 계기로 DKNY·빅토리아 시크릿 등의 바이어들이 중국·동남아에서 생산해오던 제품의 일부를 누리안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윤재천 KOTRA 시장조사실장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산업계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고, FTA로 혜택을 보는 업체들은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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