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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중앙일보

입력

영국 가수 에릭 클랩턴이 무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 냅스터에 관한 노래를 만들었다면 아마 ‘벨 바텀 블루스’(Bell Bottom Blues)와 비슷했을 것이다. 이 노래에서 클랩턴은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하루만 더 기회를 줘요”라고 애원한다.

냅스터는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계속 중상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주 냅스터는 샌프란시스코 제9순회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패배했다. 재판부는 주요 음반사들이 내세운 거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였다.

음반사들은 사용자들이 저작권자나 음악가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 MP3 파일을 내려받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냅스터가 의식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조장하고 방조했다”며 그들의 입장에 동조했다.

이 판결로 냅스터가 수주 내에 문을 닫고 6천2백만 온라인 음악팬들이 디지털 난민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캘리포니아州의 이 신생업체는 아직도 음반사들의 음악 중개 라이선스와 회사 지분을 맞바꾸는 것 같은 방법으로 음반사들과의 협상을 희망하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6개월 전 지방법원의 마릴린 홀 파텔 판사는 냅스터가 사용자들이 서로 상대방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무료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지난주 항소심은 마침내 원심을 확정하면서 금지명령을 파텔 판사에게 돌려보내 최종 판결문을 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가 냅스터로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판결일 수도 있다. 또 음반사측에 수십억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행크 배리는 냅스터가 막판에 구제받을 수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파텔 판사가 당사자간 화해를 유도하기 위해 중재자를 선임한 것도 그 한가지다. 냅스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가 냅스터의 골수 팬들이 환영할 만한 형태는 아닐 것이다. 냅스터 무료 서비스의 폐지는 최소한 지난해 10월 베르텔스만의 최고경영자 토마스 미들호프가 음반사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냅스터’의 바탕 기술과 사업모델을 개발하도록 5천만달러를 냅스터에 빌려주면서 필연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후 배리와 베르텔스만의 전자상거래 그룹 최고경영자 안드레아스 슈미트는 음반사를 소유한 미디어 그룹의 경영진들과 접촉해 사용자들이 월정액을 내면 원하는 만큼 음악을 내려받게 하는 회원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론 음반사들은 냅스터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음반사들의 공세에 견디다 못한 배리와 슈미트는 새 서비스의 구체적인 면모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그들은 새 냅스터가 베르텔스만의 자회사인 디지털 월드 서비시스와 합작해 이른바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을 네트워크의 냅스터 소프트웨어와 각 MP3 파일에 부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일이 복사될 때마다 소프트웨어가 그것을 암호화하고 추적해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슈미트는 설명했다. 그리고 냅스터는 매주 또는 매달 은밀히 사용자의 PC를 조사해 얼마나 많은 곡이 교환됐는지를 알아낸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음악을 CD에 ‘구울’ 수 있는 특권과 같이 이용권한을 차별화하고 월 이용료에 차등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음반사들이 소송을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음반사들이 쉽게 양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몇가지 요인들이 있다. 지난주 상원 법사위 위원장인 오린 해치 의원은 “주요 음반사들은 (냅스터처럼)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며 이 문제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와 패트릭 레이 상원의원은 오래 전부터 음반사들이 혁신적인 닷컴 기업들에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발언의 속뜻은 “냅스터 같은 회사들과 대화를 시작하라, 그러지 않으면 음악 중개를 원하는 어떤 음악 닷컴에도 권리를 팔도록 강제하는 ‘강제적 라이선스’ 같은 법안을 거론할 것”이라는 얘기다. 냅스터는 이용자들에게 의회에 호소문을 보내도록 촉구해 그 불길을 더욱 지피고 있다.

음반사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냅스터가 문을 닫으면 사용자들은 뉴텔라·프리넷처럼 더 분산된 불법적인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중심 서버없이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대상도 없다.

또 인터넷에는 매일 새로운 해적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가령 서인도 제도에 근거한 스왑터닷컴(swaptor.com)은 음악 교환 서비스뿐 아니라 해외 도박 웹사이트에 대한 링크 기능도 제공한다.

냅스터의 마지막 희망은 음반사들이 냅스터 서비스를 영구 폐쇄함으로써 상당수가 CD 구매고객인 6천2백만 냅스터 이용자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결과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파텔 판사도 양측의 이견조정을 위해 前 연방판사인 유진 린치(69)를 중재자로 선임했다. 파텔은 지난주 쌍방이 타협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지만 때로는 점심값이 지나치게 비쌀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선문답 같은 이야기이지만 냅스터의 안전한 착륙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6천2백만 무료 음악팬 외에 더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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